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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오뎅 국물에 소주 한 잔

편의점에 술을 사러 가는 길... 나가면서 괜시리 센치한 척 해보려고 커피 한 잔 내리고는 하얀 무지 종이컵에 담아서 공원으로 나선다. 저 멀리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새하얀 비닐하우스 같은 봉다리를 끌어 안은 여자아이 하나가 달려온다. 다가오면서 내 눈치를 본다. 그래도 울음을 참지 못하는지 흐느끼는 소리를 낸다. 새하얀 비닐하우스 같은 커다란 봉다리에는 새하얀 커다란 곰인형이 담겨 있다. 빼빼로데이에 새햐안 곰인형이 포장도 벗겨지지 않은채로 끌어안겨서는 훌쩍거리는 20살 남짓한 여자아이의 울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흠.. 20살 남짓한 여자아이라... 아.. 정말 내가 늙었나보구나... 내 나이 20살적에는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천둥 번개와 함께 내린 한낮의 빗방울들은 구정물 자국만을 차에 남겼다. 까맣던 차가 똥색이 되었다. 똥차에 어울린다. 이 가을에 어울린다. 공원에서 낙엽 밟으며 그렇게 지난 한 여름의 나무들이 벗어 놓은 낙엽들을 괜한 발길질로 걷어차며 가을을 느낀다. 이런 날에는 뜨끈한 오뎅국물에 소주 한 잔 얼큰하게 걸치면 제격인데 왜 분식집에서는 소주를 팔지 않는건지? 그나마 함께할 친구가 있다면 괜한 객기로 소주 한 병 누런 종이나 까만 봉다리에 싸서라도 사들고 들어가 오뎅국물에 나발이라도 불것을...... 오늘은 가까이 있는 친구가 없다. 자꾸만 그 여자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거무줍줍한 후드모자 뒤집어 쓰고 수염은 덥수룩하게 기르고 메이커도 없는 커피잔 들고는 낙엽들 걷어차던 나도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겠지? 글/사진 김재중 (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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