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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영길이..


나이 스물에..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곧 있으면 MT를 간다고 자랑이다.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스무살 청년이다. 엄마가 새로 사주신 양복을 매일마다 입고 다닌다. 이 녀석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나는 이제 40을 향해서 곤두박질치며 원래부터 없던 머리숱이 더 없어지고 있고 그와 함께 내 정신줄도 점점 늙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너무 나이를 먹지 않아서 아직도 4~5살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얼마만큼의 지능인지는 의사선생님만이 알겠지만. 내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미 그 부모들도 그런 것에 대해서는 자유할 수 있으리라. 참 고마운 녀석이다. 내가 삶에 지쳐서 저며오는 가슴을 안고 살던 시절에 성가대 활동도 잠시 접고 교회 뒷편에서 예배를 보고 있는데 이 녀석과 같이 앉게 되었다. 어쩌면 나와 같이 나란히 앉아서 예배를 보라는 운명이었던지 이 녀석도 성가대를 땡땡이 치고 있었다. 그렇게 둘이 앉아서 둘이 손 꼭 붙잡고 예배를 드렸다. 설교시간이 되자.. 이 녀석은 그간의 다섯살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가 아니고 스무살.. 아니 서른살.. 아니 마흔살.. 나보다 키크고 덩치 큰 어른이 되어서 나를 꼭 끌어안고는 그렇게 나를 보듬어 안고 있었다. 이놈이 지금의 내 상황을 뭘 안다고.. 평소에는 그렇게도 내게 장난질을 하던 놈이 그날만큼은 전혀 장난도 없이 그렇게 나를 보듬어 안고 내 저린 가슴을 따스히 어루만져 주었다. 설교 시간 한 시간동안 나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줄기.. 바로 옆에서는 직원 실장이 학교선생님들인 제자들을 데리고 데생 수업중인데.. 나는 지금 이렇게 컴퓨터 앞에서 영길이의 품을 생각하며 질질 짜고 있다. 아.. 맞다.. 그 날도 내 흐르는 눈물을 영길이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닦아 주었드랬다. 머리에는 비듬천지에 얼굴은 버짐이 장난 아니고 가끔은 때가 꼬질꼬질... 그러나 내게는 어떤 누구보다 아름답다. 가끔 나도 영길이만큼 세상걱정 없는 순수한 아이이고 싶다. 침을 듬뿍 묻혀주는 영길이의 뽀뽀가 좋다. 뺨에 잔뜩 묻는 영길이의 침을 한 번도 닦아본적이 없다. 어쩌면 그래서 영길이는 계속 내게 그렇게 뽀뽀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내가 더럽다거나 어색해 한적이 한 번도 없으니.. 영길이 품이 그립다... 하나님의 품도 영길이만큼 따스할 것이다. 아무런 조건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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