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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잘쓰는 글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못쓰는 글씨도 아니다. 히지만 언제부턴가 손으로 쓰는 글씨보다는 컴퓨터로 타이핑을 하는 것이 더욱 편해지는 시기가 왔고 어느 순간이 되니 손에 펜을 잡고 손목을 움직인다는 것이 갑작스럽게 어색해지는 시기가 내게도 도래를 하였다. 그러면서 어느순간이 되자 갑작스레 손으로 글을, 아니 정확히는 글씨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글씨를 못쓴다. 내 바로 옆의 디자인을 전공한 친구 몇몇들도 정말 악필들이 많다. 그에 비해서는 나는 참 잘 쓰는 글씨라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내 글씨가 점차로 엉망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마음을 다잡고 연필을 깎아쓰기 시작했다. 지우개가 달린 연필, 소위 말하는 하이샤파로 삭삭 뽀족하게 깎아서는 서너자루를 펜통에 넣어두고 수시로 꺼내 사용한다. 그러다가 이외수 작가를 만나고는 더더욱 글씨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나이에 맞지 않는 고은 글씨를 쓴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그 글씨들이 참 서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에 나는 친구에게서 자기가 쓰던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 하루종일 이면지에 계속 낙서를 해댄다. 20년 전에 펜글씨를 좀 써봤는데 아직은 그 필체가 남아있는것 같다. 그렇게 글씨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도 주절주절 떠들고 있는 내 인터넷 공간에 대한 글씨, 정확히는 폰트의 느낌은 어떠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가독성이 가장 좋다는 굴림 9PT 가 가장 무난하고 가장 전달력이 좋은 글씨체이기는 하다만 나만의 정서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글꼴을 고르기 시작한지 한시간여만에 마음에 들면서도 가독성이 좋은 글꼴 두 개를 놓고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그나마 서정적인 느낌이 드는 글꼴을 골랐다. 만년필을 다시 붙잡았을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뭔가 마구 쓰고 싶다. 내 속에 있는 뭔가를 계속 끄집어 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다만, 헛소리가 아닌 진성의 소리를 적고 싶다. 글/사진 김재중(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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