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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똥꼬야!


몸에 좋다 집어넣은 것들, 제철이다 집어넣은 것들, 술친구라 집어넣은 것들, 하찮은 목숨 연명하느라 쑤셔넣은 것들, 같잖은 영혼 달래느라 들이 부은 것들, 그 많은 것들을 소화시키고는 더 이상 득이 될 것 없는 것들을 내 속에서 뱉어내어주는 고마운 내 똥꼬! 독설 품은 파라독스, 배고픈 시인의 한숨소리, 외로운 감성주의자의 처절한 감성울음, 고흐의 외로운 집념을 담은 잔상들, 족보없으나 감미로운 예술가의 몸부림, 오늘도 내뱉어지는 정치가의 공갈빵, 사각세상의 쓰레기 게시물들, 국어능력을 상실케 하는 좀비들의 지껄임, 이걸 뱉어내줄 수 있는 또 다른 똥꼬가 내게 있길 바란다. 좋은 것들만 내 속에 남기고 독소가 될 나머지는 모두 배설시켜줄 똥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시인은 항문에 비유하여 시문이라 칭했다. 육체가 배설하는 항문과 시인이 배설하는 시문을 말했다. 그 시인의 이름이 떠오르질 않는다. 이런 굵직한 건 옆구리 어딘가 살로 붙어도 되련만 밀어넣은 수많은 쓰레기들과 함께 똥구멍으로 배설된 듯 하다. 오늘 나는 같잖은 영혼을 담고 있는 하찮은 육신의 찌꺼기를 뱉어내어주는 똥꼬에 감사한다.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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