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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를 친다. 달밤에 동산에 올라 건강박수를 치듯 느닷없는 박수를 친다. 아직 건강박수를 쳐야할 나이는 아닌데 박수를 친다. 두 대의 30인치 모니터 앞을 노니는 하루살이를 잡으려 박수를 친다. 요즘 귀차니즘 때문에 스튜디오에서 아무 것도 해먹지도 않기에 이 녀석들 하루 살고는 나의 배고픔 따라 배고픔에 죽어야 할 터인데 끊임없이 생긴다. 그리고 또 나는 끊임없이 박수를 친다. 정말 질긴 하루살이의 생명력이다. 알에서 부화하기 전 얻은 영양분으로 하루를 살고 또 다시 알을 까고 또 영양분으로 하루를 살고 알을 까고... 무한대의 에너지보존법칙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인데. 자꾸만 날아다닌다. 오늘은 3팀이나 스튜디오 매물 건으로 방문을 했는데 올 때마다 긴장된다. 인생을 번뇌할 시간조차 없건만 페북질할 시간도 부족하건만 이 녀석들의 출몰의 원인을 10초 동안이나 할애하여 생각해 보았다. 장미꽃이다. 꽃시장 촬영을 하다가 잠시 담배 한 대 물러 나간 곳에서 발견한 꽃시장의 쓰레기장! 그리고 그 곳에서 발견한, 세상구경도 못한 채 버려지는 장미꽃 다발들을 발견했다. 쓰레기 정리하는 아저씨 눈치를 보고는 스리슬쩍 가져가도 되느냐 여쭈고는 아무리 못해도 500송이는 되는 장미를 차에 싣고 왔다. 약간은 시큼한 냄새도 나지만 잘 정리해서 5~60송이는 화병에 꽂고 나머지는 꽃잎만 비틀어 따내어 2개의 투명한 작은 어항에 담았다. 정리하고 남은 쓰레기는 동네 식당의 음식물쓰레기 수거통에 한 통을 넘고 다른 식당에 또 나머지 반을 가져다 버렸다. 그날 이후로 하루살이와 나는 더불어 산다. 어제는 그 어항과 함께 꽃잎들의 찬란한 카오스같은 움직임을 촬영하고자 했다. 치우기도 두려울 만치 많은 쓰레기가 생겼다. 장미꽃잎들은 소원을 접고 그 것을 선물한 종이학들과 함께 지난 추억 속의 편린들처럼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하루살이들은 살판 났다. 그리고 나는 계속 박수를 친다. 건강해질 것 같다. 유유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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