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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아니, 비가 내린다. 누군가는 봄비라 칭했다. 그 비를 맞아봤다면 결코 봄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강변에 나가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사진을 찍었다. 한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의 살대가 바람에 부러졌다. 7백만원짜리 카메라는 비를 맞히면서 내 한 몸 간수하겠다고 우산을 들고는 불편하기 짝이 없이 사진을 찍는 내가 갑자기 싫어졌다. 그냥 카메라와 한 몸이 되어 겨울비속에 나를 내던졌다. 비오는 날, 가죽점퍼에 새하얀 스키니바지를 입고는 비오는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내 모습. 나는 내 모습을 사랑한다. 지난밤 마신 술에 퉁퉁 부은 눈일지라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러나, 저며오는 내 심장은 별로 사랑스럽지 못하다. 절망과 갈망속에서 흐느끼는 내 심장이 싫어졌다. 그렇게 젖은 몸을 차에 구겨넣고는 바흐의 무반주첼로곡을 들으며 돌아오는 길은 왜 이리도 먼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서 몸을 녹이고는 이렇게 또 지껄인다. 오늘밤 나는 또 다시 길거리로 나설지 모른다. 주머니에 소주 한 병 챙겨갈지도 모른다.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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