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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 아줌마


대충 찍어달라하면 나보고 찍으라 하지 말라 내가 장비 다 빌려줄테니 알아서 찍어라 나는 안찍겠다. 뭐 이런 실랑이가 약간 있던 끝에 대판 싸웠던 사람이 있다. 이제는 누나 동생 하기로 했다. 나의 사진에 대한 열정과 그저 그런 사진은 찍어봐야 사진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진의 쓰임도 작아지고 유치한 사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있는 분께서 소개시켜주신 촬영 작업 현 종로구의원이며 종로구청장 출마를 준비중인 예비후보 김성은씨 사전 미팅에서 이러저러하고 저러저러하고 이차저차 으라차차... 자신도 그냥 밋밋한 사진 싫단다. 좀 특별하고 싶단다. 종로구를 생각하니 참.. 서울의 내노라하는 모든 것들이 있는 곳이다 청와대, 효자동, 인사동, 피맛골, 대학로, 종각, 세종문화회관, 탑골공원 등등등등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다양함이 산재되어 있는 곳이 종로아니던가? 그중에 나를 가장 자극한 것은 대학로였다. 공연예술 문화의 거리 대학로 그 대학로를 가진 종로구의 구청장 후보 사진이라면 뭔가 달라도 다르게 하고 싶었다. 평소 대학로를 지나면서 왜 공연포스터 사진은 저렇게 밖에 안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참 많이도 안타까워했다. 옆에 있던 누가 그랬다 안타까워 하지 말고 고마워 하란다.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라면서.. 이번 기회에 후보자 포스터로 그 대학로에 붙게될 사진.. 나는 여느 공연 사진보다 더 멋진 후보자 포스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에 대해서 김성은의원도 동의를 했다. 내 처음 의도는 눈도 밤탱이가 되고, 입술도 터지고, 피를 흘리고 손에 붕대를 감은 소위 17:1로 싸우고 돌아온 정의의 싸나이 같은 분위기를 찍고 싶었다. "내가 당신을 위해서 싸우리다" 뭐 이런 컨셉으로 대학로에 한정하여 포스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일단 조신스러워야 하는 여성이라는 사회적 선입관 또 만인들에게 공통적 관심사로 등장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조심스러운 부분들.. 결국 그나마 컨셉촬영한 설거지하는 정치인, 걸레를 쥐어짜는 정치인, 대걸레를 들고 있는 정치인, 청소기를 들고 있는 정치인 여성으로서의 주부느낌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정치비리 척결을 의미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나마 정치인 프로필사진 치고는 엄청나게 파격적이지만 내 성에는 차지 않는다. 촬영이 끝나갈 즈음.. 마지막 우리 한번 해보자고.. 우리 한 번 망가져 보자고.. 그.러.나. 쩝.. 내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내가 너무 특이한건가? 아니면 우리 현실이 아직 그렇게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는 현실인건가? 결국 지금의 사진도 뭔가 걸레들고 소림사의 봉술과 같은 분위기를 내보려 했으나 여성이라는 특유의 스타일 지켜야 하는 부분들과 소속 정당의 점퍼 색깔이 절묘하게 들어맞으면서 그저 청소부 아줌마가 되어 버렸다. 안타까운 B컷이지만 그래도 정치인을 상대로 나는 저만큼까지의 색다른 컨셉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자족하려한다. 특이한 찍사와 함께 작업해주신 김성은씨에게 감사드린다. 글/사진 김재중 (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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