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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똥 퍼야 한다며 새벽 3시에 전화도 없이 술에 취해 잠그지 않은 문으로 들어와서는 빤스만 입고 누워있는 내 침대 앞에 서서는 차 빼달라는 공화국 건물주. 내 자리에 차를 대놓고는 자기 이제 나간다며 차 빼달라 해서 라면 젓가락 버리고 달려 나갔는데 10분 뒤에야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인간. 일방통행 길을 거꾸로 달리는 차 덕분에 당혹스럽게 차를 멈춰 세웠건만 비키라며 빵빵거리는 인간들. 길에서 앞 차에 사람이 타고 내리길래 세웠건만 길 한 중간에 세워놓고는 비켜가지도 못하게 문도 활짝 열고 할 얘기 다하고 인사 다하고 뒷 차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인간들. 강물에 빠져 죽어가는 아내를 살려냈건만 허파에 물 들어가 기침한다며 그것까지 해결하라 닦달하며 호통치는 사랑에 눈이 먼 남편. 같은 건물 식당 손님에게 괜한 불편을 줄까봐 내 주차구역에 대놓은 차 앞에 이중주차를 해 놓았건만 새벽 2시가 되어서야 경우 없는 놈 취급하며 차 빼달라는 인간들. 시간 버려 돈 버려 인건비 버려 에너지 버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며 사진 찍어줬건만 자기 못생기게 찍었다고 따지는 인간들. 깎아 달라 사정사정해서 직원인건비에 소모품비에 전기요금 빼고 나면 적자인 프로필 사진 찍어줬건만 성형수술에 치열교정까지 하고나서는 그때 사진은 최악이었다며 A/S 안되느냐 물어보는 님. 소통의 단절 속에 친구가 되어주었건만 매일 똑같은 안부문자에 대답이 필요 없는 문자내용에도 씹었다며 궁시렁 거리는 인간. 결국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모든 답변을 끊었더니 정말 힘들어 하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더니 욕만 바가지로 퍼붓는 인간. 또 결국 상대해주지 않았더니 아픈 가슴 달래보려 그 아픈 가슴으로 만들어 낸 창작물에 이런 거 돌아다니는 거 많이 봤다며 그 가슴에 못도 아닌 말뚝을 박는 인간. 힘들어 하는 친구 불러다가 아니 제 발로 찾아와서는 실컷 술 먹여 놨건만 나 땜에 출근 못했다고 투덜거리는 인간.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후배에게 네가 진정으로 행복한 건지 지금 네가 느끼는 행복이 네 틀 안에 갇혀 밖은 보지 못할 수 있으니 네 행복 다시 한 번 확인해보라며 별거하게 만들어 결국 이혼하게 만든 선배님. 내 진실함으로 내 속내를 뒤집어서 내보여줬더니 그 속내를 안주삼아 내 뒤에서 욕하고 다니는 인간. 그 이야기 자기한테만 해준 것도 아니고 솔직한 것 자체가 내 삶이기에 다른 누군가에게도 이야기 해주었는데 그 인간 그런 인간인줄 몰랐다며 대단한 비밀이라도 알아낸 양 내 고백을 내 욕으로 바꾸는 인간. 사양 같은거 잘 모르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부탁 같은 것도 모르고 살던 나인데 뭐 하나 해주고는 무덤까지 와서 생색내는 인간. 자기에게 할당받은 주차구역은 자기차를 24시간 주차시키면서 내가 할당받은 내 자리에 밤낮없이 차 세워둬서 자기 손님 차 세울 자리 없다며 지랄하는, 나보다 월세 많이 낸다면서 내 스튜디오 반밖에 안 되는 면적에 나보다 관리비 적게 내는 1층 식당 사장놈.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뭐라 하듯 자기 얼굴은 꿈에 나올까 두렵건만 대통령 쌍꺼풀 수술했다고 욕하는 인간. 자기 얘기는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면서 남 얘기에 피를 토하며 씹어대고 욕하고 그 사람 힘들어 자살하면 그럴 줄 알았다고 다시 한 번 욕하는 세상 사람님들. 돈보다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 달라 했는데 억지로 손에 쥐어주고는 나중에 돈 받아 처먹었다는 말에 점점 사회봉사하기 싫고 공짜사진이라고 싸구려 취급해주는 덕택에 공짜사진 못 찍게 만들어 주시는, 내 밥줄 챙기기에 매진하게 만들어 주시는 고마운 님들. 자기는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돈 들여 시간 들여 놀아줬더니 내가 이혼했을 때 내가 아파서 술친구 필요해 전화하니 자기 이뻐서 흑심품고 전화하는 줄 아는 진짜 흑심품게 만들어 주는 참 이쁘고 섹시한 동생들. 평소에 옛 가수 노래 들으면 노땅 취급하더니 방송에서 연일 떠들어대며 이슈가 되고나니 최신가요처럼 흥얼대는 매스미디어 노예들. 유튜브에 올라온 남의 나라 방송헤프닝 이야기나 다룰 만큼 너무 행복한 나라인지라 별로 보도할 것이 없는 공중파 뉴스들.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화면 캡춰해 놓고는 문맥도 맞지 않고 내용과 전혀 관계없는 가십거리 제목 달아서는 궁금해서 클릭하고 나면 욕 나오게 만들어 주시는, 시대비판정신을 일깨워 주시는 인터넷뉴스 기자님들. 전두환 살인마를 살인마라고 그저 사실을 이야기 했을 뿐인데 그 한 마디에 달려주시는 악플들 덕분으로 조연급 여배우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주시는 악플러님들. 운영진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어 강퇴시켜 놓고는 배알이 뒤틀려 같은 클럽 만들어 버렸더니 1년이 다 지나가는 일들에 잊혀져 버렸을 법한 이름이건만 그 이름에 사실무근한 사실들까지 아름답게 치장시켜 이간질시켜 주시는, 이름 석 자 남길 수 있게 해주시는 아름다운 님들. 내 입으로 내 욕하는데도 하나님까지 들먹거리며 내 욕하는 것도 눈치를 보느라 아름답게 유지시켜 주시는 고마운 님들. 그래도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 아닌 그래서 세상은 아름다울 필요가 있다.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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