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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끼를 가지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할때 그 사람이 충분한 끼가 있는가를 먼저 본다. 돈도 중요하고, 명예도 중요하고, 지식도 중요하고, 생김도 중요하고, 모든 것들이 다 중요하겠지만.. 내가 가장 첫번째로 보는 것은 항상 그 사람의 끼를 본다. 끼라는 것은 발전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직원 채용할때 조건을 내거는 것이 있다. 인생에 대한 욕심이 없고, 일에 대한 욕심이 없고, 지식 갈구에 대한 욕심이 없고, 말주변 없고... 뭐 대충 이렇게 했던 거 같은데.. 그런 친구들은 제발 이력서 내지 말아달라고 전제를 둔다. 간혹 어떤 친구들은 그렇게 내 놓은 직원채용 공고를 낸 사람이 궁금해서 한 번 만나보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친구들도 꽤 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실제 그렇다. 요즘은 내 측근? 친구? 선후배? ... 뭐라 딱히 단정을 짓기는 그렇지만.. 뭔가 나하고의 인연의 고리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친구들이라는 시리즈로 촬영을 하고 있다. 평소 내 스튜디오에 오게 되면 다들 약간씩은 기대감을 가지는 느낌을 눈치 챈다. 자신도 찍히고 싶어하는 그런 느낌..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에 도배를 해 놓은 사진들이나 스튜디오 벽에 도배를 해 놓은 프로필 사진들을 보면서 은근히 기대감을 가지는 느낌.. 그러나 내가 가진 단점중의 하나는 그 사람들에게 어떤 사진을 찍어줄 것인가 그 사람들을 찍어서 도대체 내가 어디에 쓸 것인가 뭐 이런 것들 때문에 스튜디오 내에서는 프로필 촬영이나 제품촬영, 광고촬영, 사진 레슨을 위해서 하게 되는 테스트 촬영 이외에는 절대 하지 않는다. 막말로 돈 안되고 작품 안되면 안찍는다. 거의 카메라 따위는 만지지도 않는 수준이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과연 나의 지인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또 내 지인들이 어느 순간 관계가 소원해져서 멀어지게 되면 그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뭐 그런 생각들이 들다가 범죄자 컨셉의 촬영 배경을 만들고 난 이후에 내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내 인연의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을 모두 촬영하기로 마음 먹고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다분히 "나"라는 관점의 시리즈 일 뿐이지만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플레이트에 한 마디씩 적어놓고는 배우가 아니기에 당연히 어색해 하는 그들을 촬영하다보면 다만 발산을 하지 않을 뿐이지 모두들 끼가 엿보인다. 어쩌면 모두들 세상속에서 반듯한 잣대 위에 놓여지기 위해서 그렇게 그렇게 착한 이, 또는 소위 어릴적 편가르기 하던 "우리편"에 속하기 위한 사람들로서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렇게 편파적으로 단정을 짖기에는 좀 미안스럽기는 하다만 그들이 가진 끼라는 것을 표현하자니 그렇다는 것이다. 이 사진에 찍힌 분은 아직은 잘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고등학교 화학선생님으로, 또 여자라는 이름의 아직은 한국적인 굴레가 있는 사람으로서 촬영제의를 할때에는 사진찍는거 정말 싫어한다 하시면서도 농담속에서 나온 말끝에 곧장 반창고를 가져다 주었더니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어디다 붙혀야죠?" 그리고 배경 앞에 섰을때는 껌 좀 씹어줘야 한다면서 껌씹는 연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연출해 주셨다. 평소 있는 척 없는 척 하면서 나 혼자 끼가 있는척 했던 내 모습은 어쩌면 그냥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만이 아닌 어느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인데 그냥 나만 세상 눈치 보지 않는 것 뿐인가라는 그런 생각을... 겨우 두 장으로 정면과 측면을 찍고 있는 작업이지만 그 사람들이 가고 나서 찍었던 사진을 보면 참 재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사람들의 또 다른 모습.. 범죄자 컨셉으로 찍는 사진에 대해서 즐거워 하기도 하고 또 어쩌면 내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찍혀줘서 고맙기도 하고 훗날 내가 그들을 기억할때에 나는 그들의 생김에 대해서 보다는 그들의 "끼"에 대해서 기억할 것이다. 예술가들이나 가지고 있을법한 그런 가식적인 끼 말고.. 그냥 인간 본연이 가진 그들만의 "끼"에 대해서... 글/사진 김재중 (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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