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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미쳤어


미쳤다! 미쳤어! 대충 업무라고 부르는 시간을 마치고, 대충 저녁이라고 부르는 식사를 하고,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영화를 보면서, 20년 가까이 지난 군시절이 생각이 나면서, ... 사람이 사람으로 취급될 수 없는 군생활의 단편들을 머나먼 화천 땅에서 맛보았던 군.바.리. 시절을 구역질이 쏠리도록 상기시키며 어쩜 저렇게 그 알곡 같은 것들을 나열할 수 있는 것인지를 감탄하고는, 영화가 끝난 여운에 한껏 감상에 젖어있다가, "눈 내리던 겨울밤" 비디오 한 편을 편집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발기시켰으나, 느려진 컴퓨터를 다시 발기시키기 위해서 리부팅을 하다가, 피워댄 담배와 저녁이라고 불리는 그것으로 인해서 찝찝해진 양치질을 시작했다. 싱크대 앞에 서서 양치질을 하다가 내리는 물소리에 소변이 마려지기 시작하고, 2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화장실을 칫솔을 입에 물고 갈까? 양치를 끝내고 갈까를 고민할만큼 갑작스런 배변욕구가 솟구쳐 올랐다. 화장실을 올라가야 하는 동선이 머릿속에 프리비쥬얼라이제이션이 되는 순간, 올라가는 계단의 건물 현관문의 뷰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머릿속에 그려진 건물 현관문 건너편으로 일주일 가까이 움직이지도 않은 채 세워진 구루마에 시동이 부릉부릉 걸려있었다. 그렇다. 나는 업무라고 부르는 그 시간에 앞유리에 쌓인 눈이라도 녹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차에 시동을 걸어 놓고는 식사와 영화와 또 짧은 발기시간까지 가졌던 것이다. 3시간이 넘도록 최강으로 틀어진 히터로 시동을 걸어놓았던 것이다. 뜨끈뜨끈한 차안이 아까워서 책이라도 읽어줘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죽으면 늙어야 할 시기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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