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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나


생각이 너무 많은 아침. 사랑을 속삭이던 애인과는 이별위기에 있고,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한다 말하면서 나를 끼워 맞추려고 정으로 두들기고 나도 사랑을 내게 끼워 맞추려고 두들기고 내가 가진 상황들과 아픔들로 인해서 ... 지금 이 자리에 있는데 세상은 자꾸만 나를 내려오라 한다. 내 사진을 원한다 하여 그 자리에 섰는데 내 사진이 아닌 다른 사진을 찍어 달라 한다. 내가 아닌 내 카메라와 내 시선이 아닌 내 손가락만을 원한다. 이럴 때면 나도 누군가처럼 돈 많은 부모를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사진사가 아닌 예술가가 되어버렸다. 지체높이 예술하시는 분들이 볼 때는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내 카메라에 담긴 피사체를 사랑하는데 사람들은 내 피사체를 사랑하지 말라한다. 내게 돈 주는 사람들은 피사체를 사랑하지 말라한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냥 원하는 대로 대충 찍어줬다. 아니 그들이 원하는 사진을 내가 찍지 못하기에 내 돈 들여 다른 시선을 투입시켜서까지 일을 진행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깐. 어제 술 마시는 동안에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약간 떨리는 목소리가 역력하다. 사진 때문에 부서장이 호출을 한단다. "나는 내 사진이 좋은데" "저도 작가님 사진이 좋은데" 꼭 내 사진이어야 한다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 사진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준을 낮추었다. 그러나 내 손가락은 셔터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다른 손가락을 빌려 대신했다. 그런데도 호출이다. 떨리는 담당자의 목소리를 통해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냥 때려치울까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자존심까지 버렸는데 이제 또 뭘 버려야 하지? 술이 덜 깬 아침부터 생각이 많다. 나이기에 필요로 했으면서 내가 아닌 나를 원한다. 나이기에 사랑했으면서 내가 아닌 나를 원한다. 자존심도 버리고, 사랑도 버리고, 돈도 버리고, 그냥 다 버려야 하나? 자존심도 지키고, 사랑도 지키고, 돈도 지키고, 나를 버리면 될지도 모르겠다. 그냥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사진이나 찍고 글이나 쓰면서 살고 싶다. 아니면 더 유명해져서 내 감성을 인정받으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 말아먹는 맨밥도 힘든데 그 허기를 어떻게 버티지? 육체의 허기보다 영혼의 허기를 더 느끼고 있는 오늘이다. 겨울이 끝나가는 오늘인데 유난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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