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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찌끄래기


아! 이제 불혹을 준비하는 해가 되었다. 이는 곧 유혹을 이기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늙어가는 삭신을 인정해야 하는 과정이다. 나는 지천명을 넘어 이순을 살아 넘더라도 유혹의 손길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더 아름답고, 더 멋지고, 더 인간적인 것들이 내게 손짓한다면 기꺼이 그 손길을 붙들고 빠져들 예정이다. 그 길이 내가 진정 걸어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유혹이 별로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뭐 고딴 이야기는 누누이 하던 말이기에 더 할 필요도 없고, 나도 이제 내복이란 걸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님이 입으라해서 입은 이후에는 강원도 화천에서의 군생활중에도 내복을 그리 즐겨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껏 아랫도리는 빤쓰 한 장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숨기도 다닌적이 없다. 가끔은 그마저 귀찮아서 불알 두 쪽만을 숨기고 다니기도 한다. 물론 불알 두 쪽 말고도 하나 더 있기는 하다만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이 내복이란 걸 입지 않았던 이유가 단 한 가지, 불편하고 맵시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레깅스니 스타킹이니 참으로 유용한 물건들이 있건만 왜 남자들에게는 레깅스라고 해봐야 늘 허리띠보다 위로 올라오는 배바지들 뿐인 것인지? 거기에 더해서 스키니라도 입거나 잘빠진 양복바지를 입으면 똥 싼 바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냔 말이다. 나도 뜨신 어그부츠같은 걸 신어보고 싶은데 왜 남자들 신발은 털이 달릴라치면 노가다 작업화말고는 없는 것인지 늘 쇼핑을 하려하면 그딴 것들이 불만이다. 여자들 패션 같은 남자패션은 왜 없느냐는 것이다. 남여차별 이것이 문제로다. 바야흐로 세월은 흘러 무르팍은 점점 퇴화를 거듭해가고 그와 함께 다리털은 이 겨울에 얼어붙어 끊어져 나가기를 반복하다보니 자연산 내복조차 온전하지 못한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완벽한 복장도착자가 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늘어진 남자빤쓰가 싫어서 탄력 좋은 여자빤쓰를 입기 시작한지 벌써 5년이 넘어가고 있으며 오늘은 드디어 여성용 레깅스를 입기로 결심하였다. 음홧! 바로 이것이구나라고 단언할 수 있는 만족감을 맛보았다. 여느 스키니바지들보다 더 편하게 달라붙어주면서 불알 두 쪽을 온전하게 밀착시켜주는 착용감, 골반바지와 배꼽티를 입어도 표시나지 않는 밑위길이, 관절염 걸린 무릎에 아대를 찬 듯 조여 주는 밀착감, 두 다리의 늘어지는 살들을 감싸주는 탄력감, 그리고 겉옷에 늘어붙지 않는 미끈한 촉감으로 복장도착자라 불리워지더라도 상관없을 만족감을 맛보았다. 여자빤쓰와 여자레깅스로 무장한 미끈한 스키니바지를 따시게 입고 강남의 눈오는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되었다. 자 이제 브라자만 차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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