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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다]


매일마다 잠이 안 올까 봐 드는 걱정에 술 마시는 것도 지겹고

술 마시고 다음 날 늦잠 자는 것도 지겹고

자고 일어나 숙취에 머리가 아픈 것도 지겹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억지로라도 먹고 살려고 일어나는 것도 지겹고

쓸쓸함을 찍어보겠다고 돌아다니는 것도 지겹고

쓸쓸함 찍었다고 뿌듯해하며 사진을 들여다보며 가슴 찢어지는 것도 지겹고

내가 찍었던 사진들을 문득 문득 보며 눈물 흘리는 것도 지겹고

그 쓸쓸함을 글로도 표현해보겠다고 글 쓰는 것도 지겹고

그 글 다시 보면서 또 가슴 미어지는 것도 지겹고

그렇게 또 다시 흘리는 눈물도 지겹고

자고 일어나서 느낀 어느 느낌 하나, 글로 쓰려고 하면 이미 썼던 것이라는 것도 지겹고

그리고 또 밤이 되면 어제 먹은 술로 공허한 뱃속을 달래기 위해서 또 해장술 해야 하는 것도 지겹고

또 그렇게 잠들고 깨어나며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들도 지겹고


그 무엇보다 이 지겨움이 가장 지겹다.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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