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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키의 좁은 보폭에도 일부러 맞추려 하지 않아도 걸음이 맞았던 우리는 잠시라도 붙잡은 손을 놓을 때면 그 짧은 순간 손에 흐른 땀을 잽싸게 닦아내던 우리는 도심 한복판에서의 입맞춤도 전혀 부끄러움이 없던 우리는 밥숟갈 떠넣다가 김치줄기 입에 물고서도 입맞춤을 하던 우리는 수많은 지인들 앞에서도 당당히 입을 맞추었던 우리는 서로의 부모님 앞에서도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입맞춤을 하던 우리는 서로의 행복함이, 자식의 행복함이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하던 우리는 늦은 귀가의 방문을 여닫는 인기척에 깊은 잠에서도 발가락 꼼지락거리며 존재를 확인하던 우리는 피곤한 몸 구겨 들어오며 꼼지락거리는 발가락 인사만으로도 마냥 행복하게 그 발가락 매만져주던 우리는 한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화장실 변기가 하나밖에 없음에 아쉬워하던 우리는 한시라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씻는 시간 맞춰 함께 샤워를 해야 했던 우리는 잠자리에 누워 불을 끄고 나면 한 번만 더 보고 자자면서 꺼진 불을 다시 켜고 얼굴을 마주하던 우리는 늦은 밤 잠자리에 누워 내리는 빗소리에 잠들지 못하고 맨발로 뛰어나가 비 오는 밤거리를 한 없이 뛰어다니던 우리는 호호할머니, 호호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그렇게 알콩달콩 살다죽자고 말하던 우리는 호호할머니가 되어도 여보나 당신이라는 말 대신 언제나 "민아야~"라고 다정하게 부르기로 했던 우리는 이 세상에 너만 남기고 떠나지 못할 것 같아 너 먼저 죽고 난후 내가 곧 뒤따르겠다고 말하던 우리는 벼랑 끝이라도 혼자서는 다니지 못하게 어느 자리 어느 모임이던 함께 하던 우리는 세상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걷더라도 오늘의 행복함을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처럼 여기던 우리는 단지 함께 라는 것만으로도 세상 어떤 것도 부러울 것 없던 우리는 "바다갈까?"라는 한 마디에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이도 차를 돌려 바다로 내달렸던 우리는 뛰어들지 않으면 바다가 아니라며 엄동설한 마다하지 않고 바다 속으로 뛰어 들던 우리는 함께 한 모든 곳들의 모래알, 조개껍질, 바닷물, 첫눈까지 작은 유리병에 담아 추억을 담아왔던 우리는 계피가루처럼 부드럽던 모래사장에서 서로의 몸을 굴려 우리는 츄러스부부야 라고 말하던 우리는 이렇게 행복한 채로 살다 죽기에도 짧을 것 같은 인생 절대 싸우지 말자 맹세하고 서로에게 마음 상할 때면 오늘이 끝나기 전에 화해하던 우리는 열애중인 커플도 결혼 6년차 부부를 부러워하는 애정행각으로 살았던 우리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 우리가 느꼈던 행복의 기억에 눈물 흘러 만년필의 잉크가 번질 만큼 행복했던 우리는 우리는 이혼했다. 너의 하늘에도 빗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니?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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