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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자꾸 빛방울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서 맴돈다 물론 국어사전에 있을리 없다. 빛망울은 있어도 빛방울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나 빗방울을 보면 빛방울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 자꾸 단어가 맴돈다. 어제도 역시나 3월의 폭설까지는 아니어도 마지막 눈이 내려줬다. 한 번 더 오면.. 나는 좋다만.. 지난번에 다시 풍경에 대한 촬영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뒤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만 뭔가 내 눈길을 끄는 피사체를 만나지 못했다. 그날의 그 빛줄기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비가 몇번 오기는 했으나 밤이 되길 기다리고 적당한 빗줄기를 기다리다가 그냥 멎어버리기를 몇차례.. 낮부터 내리기 시작한 진눈깨비의 눈이 혹시라도 멈추지는 않을까 걱정하다가 추적추적한 눈이 내리는 거리로 카메라를 매고 나섰다. 메쉬천으로 된 운동화로 눈녹은 물이 젖어들어가고 카메라를 들고있든 맨손은 점점 얼어간다. 카메라에 눈이 1cm가 아주 조금 못되게 쌓여간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사람들의 시선은 사진을 찍는 내가 아니고 추적추적한 눈이 내리는 날에 렌즈위에 눈이 얼어붙어 수북히 쌓여있는 카메라에 시선이 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눈 맞으며 손시렵고 발시려운 내가 걱정될리는 만무하고 카메라가 걱정인 것이다. 나는 참 카메라를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돈이 많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목수가 망치를 아낀다고 못질을 하지 않는다면 그 망치는 쓸모가 없는 것이다. 쓸모 없는 망치를 재산 가치로 들고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다. 꽁꽁 싸매고 꽁꽁 동여매고 먼지 앉을새라, 기스라도 날새라, 바람에 날아갈새라.... 중고장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기스하나에 몇 만원씩 가격이 떨어진다. 내 카메라는 중고시장에 내면.... 완전 똥값이다. 아무튼 그래서 튼튼하고 웬만한 빗속이나 눈속에서도 끄떡없는 카메라와 렌즈로 사버린다. 성격상 찌질하게 우산쓰고 사진찍고 싶지 않다. 내 몸은 우의를 입어서 비를 피할지라도 카메라는 빗속으로 내던져진다. 남들은 자기몸은 비를 쫄딱 맞더라도 카메라는 꽁꽁 싸매는것과는 정반대이다. 비 좀 맞아도 상관없는 카메라이기는 하지만 이전에 좀 싼 카메라를 쓸때도 내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촬영중간에 빗물이 스며들어 셔터 접점이 이상해진 상황이 된적도 많다. 그래도 찍어야 할건 찍어야 돈을 받던지, 생색을 내던지 할것 아닌가? 안그러면 촬영의뢰자와 협의를 할때 내가 극성스럽게 사진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할 자격이 없는거다. 비 좀 온다해서 카메라 걱정에 사진 못찍는 그런 찌질한 "찍새"가 아니라 당당한 "찍사"이고 싶다. 대신.... 돈이 좀 든다. ㅡㅡ+ 글/사진 김재중 (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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