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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칠맞은 목수나 막일꾼이 아교라도 엎어 놓은듯한 칠칠맞은 주부나 홀애비가 요리엿이라도 엎어 놓은듯한 마로니에 나뭇잎이 아가리 벌려 나오면서 제 살 감싸고 있던 껍질을 바닥에 내뱉어 놓았다. 책 한 권 손에 들고는 공원을 찾았건만 바닥은 온통 번들거리는 갈색 마로니에 잎순의 껍데기 천지다. 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공원을 걸었다. 그렇게 나의 쓸쓸함 사진의 원조가 되었던 공원을 걸었다. 때 아닌 가을의 고독같은 기분 내려 그렇게 서성거렸다. 새로 산 내 갈색 웨스턴부츠의 가죽으로 된 밑창에는 개똥이라도 밟은 것 같은 누렇고 질퍽거리는 그리고 끈적거리는 그 누런 껍질들이 덕지덕지 늘어붙어 이 지랄 같은 고독에 개똥 한 덩어리만큼의 고독의 무게를 더했다.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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