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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 그 날의 원나잇 스탠드

19금 - 그 날의 원나잇 스탠드 젊음의 황금기 같던 28살의 이야기다. 평소 내 주체로 모이던 모임이 아닌 사업차 나갔던 모임에서 사전 이야기를 나눈 대표와 부대표를 뺀 나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30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하였고, 그 곳에서 나라는 사람이 소개되어졌다. 그들에게 내 이름은 잘 알려진 인물이었으나 실존으로는 처음 대하는 터였다. 그렇게 그들과 손바닥보다 작은 빤쓰 한 장으로 신체의 중요부위만을 가린 채 부력이 만들어 주는 무중력의 일탈을 즐기고, 하이드로사피엔스가 가진 온몸의 비늘에 물을 적셔주는 수영을 하고 나왔다. 그날의 모임은 이러했다. 여느 마스터즈수영대회를 가더라도 그 규모가 확인되던 당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C 통신사에 속해 있던 S 수영동호회가 있었는데 C 통신사가 PC통신시절부터 있던 유료서비스를 인터넷서비스에 대해서도 유료로 전환을 한다는 막돼먹은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리하여 또 당대 최대 규모로 부상하고 있는 수영동호회를 가지고 자체 서버로 운영되고 있던, 내가 직접 운영하는 F 수영사이트의 하부 동호회로 이관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 일이 제대로 성사가 된다면 대한민국 수영계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일이었다. 빅딜은 이루어졌고 C 통신사에 있는 동호회 게시물 데이터를 좀 무식한 방법을 사용해서 강제로 읽어 들여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서버의 데이터베이스에 마이그레이션을 시켰다. 그렇게 모든 작업이 완료가 되었으나 C 통신사가 유료서비스를 전면 백지화시키는 바람에 헛수고뿐만이 아닌 헛김치국물만을 들이켜다가 사래가 들었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양쪽 모두 출혈이 있었고 양쪽 모두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명성에 생채기만 낸 꼴이 되었다. 훗날 어느 수영장에서 만난 빅딜 당시 이관을 가장 반대하던 운영진은 나를 알아보고서는 오히려 그 때의 빅딜이 마지막까지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하며 S 동호회의 사랑을 간직한 수영모를 쓰고 쓸쓸히 혼자 수영을 하고 있었더랬다. 그 때는 지금보다 머리숱이 조금 더 많았기에 올백보다는 앞가르마를 주된 헤어스타일로 하고 다니던 시절이었고, 적당히 기른 염색머리, 파마가 잘 나왔다고들 말하는 천연곱슬머리, 지금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곱상한 마스크, 지하에 처박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10키로의 체중이 붙은 몸매는 살짝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럴 듯한 외모와 그럴 듯한 완장을 차고 있던 나는 수군거리는 처자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여느 자리를 가던지 나는 언제 손님이었는지 모를 주객전도된 자리를 만드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완장은 적당히 품위를 지켜야 하고 적당히 신뢰감을 주어야 하는 위치였기에 평소의 엽기스런 행각은 자중을 한 채로 3차의 자리까지 함께 있었다. 그런 동안에도 은근슬쩍 또는 의도된 눈빛으로 쳐다보는 여인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와 달리 꿔다 놓은 보릿자리 같은 나는 먼저 자리를 일어나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일어나려 했고, 뒤늦게 자리에 합류했던 여자 한 명도 오늘은 일찍 집에 가겠다고 함께 자리를 일어났다. 그리고는 따라나선 그녀에게 먼저 택시를 잡아 주려하는데 일부러 행차하신 손님인데 나를 배웅해주겠다며 택시기사에게 분당행을 외쳤다. 동갑내기인 수학과목의 과외선생님인 D는 탄탄한 체구에 소위 말하는 쿨한 말투를 쓰며 쿨한 술잔을 부딪쳤던 터에 크게 부담은 없었다. 여자에게 집까지 배웅을 받는 일은 태어나 처음이기에 뿌리칠 생각의 여유도 없이 오히려 나는 택시에 떠밀려 들어갔다. 6년을 사귀던 한 살 연상의 애인은 사랑과 집착의 선택점 사이에서 집착으로 결론을 내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다섯 살 연상인 새로운 애인이 있었으나 지난 6년 세월 속에서 상대측 부모로부터 결혼을 반대당한 구구절절한 내 지랄 맞은 사연이 새로운 애인에게서는 10배의 강도는 더 강하게 다시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었기에 이 몸둥아리 하나 개똥밭에 굴러도 그리 신경 쓸 일이 못 되었다. 마침 D에게도 몇 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으나 시큰둥하고 소원한 관계인 상태였었다. 어찌 보면 일탈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두 남녀가 택시에서 내려 밤길을 걷고 있었고 그 길거리에서 갑자기 내 입술을 덮친 그녀의 촉촉한 입술을 나는 어느새 음미하고 있었다. 아니 음미라기보다는 오히려 갑작스럽게 상에 올려진 찰진 모찌떡 같은 그녀의 입술을 나는 탐식했을지도 모른다. 잠시 걸어가는 길거리에서 취해진 두 영장동물의 행위는 당시에도 지하에 차려진 내 작업실에 놓인 침대위로 이어졌고 서로가 서로의 육체에 취해 서로 자신의 손이 아닌 상대의 손에 의해 나신이 되는 시간은 시간이라는 환산단위로 계산할 수조차 없을 만큼 순식간에 일어났다. 그렇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남녀의 육체는 서로가 서로의 육체에 전희를 불어넣으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사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로의 동물적 호르몬 작용에 끌려 시작된 육체적 행위는 이성을 상실한 채 오로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발정주기가 필요 없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수영으로 다져진 두 사람의 몸은 브라운관의 화면으로 보이는 그런 그림 같은 몸매는 아니었지만 서로의 손길에서 탄탄한 탄력을 느끼며 온 몸을 미끌어져 내려가고 있었고, 그렇게 달아오른 뜨거운 두 육체와 혼미한 두 영혼은 이제 서로의 가장 은밀함을 깊숙히 나눌 찰나에 이르렀으나 내 아래에 놓인 그녀의 무표정한 눈빛이 내게 신호를 보내며 한 마디를 건냈다. 그 한 마디는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으로 내 귀에 들려왔고, 바로 그 순간에 건강한 생식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새빨간 생리가 터졌다. 내 생애 첫 불꽃 튀는 육체의 탐식행위는 씹혀버린 VTR테잎이 더 이상 플레이되지 못한 채 심각한 노이즈와 함께 정지화면으로 남아있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화면과 스토리 진행은 일시정지가 된 채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르고 있는 운명 교향곡의 울림만이 귓바퀴를 찢어버릴 듯 머릿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렇게 잠시의 패닉상태로부터 탈출하여 주섬주섬 정신을 차리고 터진 생리혈이 묻은 이불과 침대시트를 부랴부랴 급하게 물에 담갔다. 그렇게 나신상태의 두 남녀는 황홀경의 클라이막스에 들어서기 직전에 세상은 멈추어 서버리고 당황과 황당의 구분이 지어질 수 없는 감정선의 위태로움 위에 올라앉아 있었다.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던 나는 애써 태연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편안함을 주려했지만 잠은 꼭 집에서 잔다는 그녀는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돌아갔고 불길 속에 뛰어들었던 나는 이불도 시트도 새로 꺼내기 귀찮아 아무 것도 깔리지 않은 침대에 육체를 유기했다. 다음 날 날이 밝고 어제의 그녀는 수더분한 섬머슴아 같은 편한 복장으로 찾아와서는 열심히 이불 빨래를 해주었다. 쿨한 그녀답게 우리는 편한 대화를 나누며 그날 하루를 흘러 보냈고 서로에게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도 서로의 상대가 있음을 이성적으로 인식한 후 더 이상 아무런 사건도 치지 않았고 한동안 참 편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자기와 친구인 여자 하나가 나를 점찍었다 해서는 괜한 질투심과 승부욕이 일어 나를 따라 나선 것이었단다. 그 후로도 내 평탄치 않은 결혼의 시도가 불구덩이로 빠져 들어갈 때마다 그녀가 생각이 났지만 그녀는 당시에 사귀던 별 변변치 않다던 남자친구와 결혼을 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 변변치 않은 글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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