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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다르게 살고 싶었다. 세상이 흘러가는 것에 너무 순응해 살지 말도록. 세상이 변한다면 내가 더 빨리 변해갈 수 있도록. 남들과 같은 생각말고 독창적이며 독립적인 생각을. 두 번 똑같은 실수를 해야할 일이 없이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깨달음이 있도록. 그렇게 나를 관리하고 발전해 나가려고 했다. 왠만한 최신의 장비들은 뒤쳐지지 않게 사용한다. 내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내가 사용하는 장비들을 보고는 하나같이 탐을 낸다. 컴퓨터로부터 시작해서 30인치 모니터를 두 대나 연결해서 사용하고 거기에 10년도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인체공학 키보드와 트랙볼 마우스, 심지어 내가 사용하는 의자까지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내 밥벌이이기 때문이다. 또한 평생을 사용할 내 손목과 어깨와 허리를 위해서이다. 걱정도 팔자가 아니고 이미 망가져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 작업환경을 위해서는 결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또한 기준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내가 촬영한 사진의 색상을 내가 정확하게 보지 못하면 안되기에. 클라이언트의 모니터를 탓하기 이전에 내가 정확하게 색을 보아야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서 장비병에 걸린 환자마냥 내 작업환경을 구성한다. 다만, 자동차와 휴대폰만큼은 최신의 장비를 쓰지 않는다. 뽑는 날로 중고가 되어버리는 자동차에 돈을 날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정말 멋진 차를 한 대 가지고 싶기는 하다. 그렇게 비싸지도 않으면서도 내 성격과 취향과 내 표현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MUSTANG이다. 하지만, 정말 사게된다면 중고로 살것이다. 물론 돈이 남아돈다면 새걸 사겠지만. 어느새 스스로를 기계치라고 부르던 이들조차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스마트해서 들고 다니는지? 스마트하기 위해서 들고 다니는지? 모두 다 제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최신의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휴대폰은 전화와 문자메세지만 잘 터지면 된다. 심지어 십수년이 넘은 데이터를 아직도 보관할만큼 거의 모든 일상을 컴퓨터로 처리하기에 스마트폰 따위가 아직 내게 매력을 주지 못한다. 번호를 바꾸고 나면 1년동안의 안내서비스 기간후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가 사라져버리는 것이 싫었다. 벌써 15년 가까이 사용한 번호였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내가 접하는 상황은 이러했다. 기존의 011, 016, 107, 018, 019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번호를 보면서 왠지 노인네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 결국 나 역시도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는 노인네 일 수 밖에 없는 것일까라는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또는 오늘 명함을 돌려도 내일이면 017로 시작되는 번호를 보면서 과연 살아있는 번호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문제이다. 나조차도 다른 사람의 번호를 보면서 생각하는 동일한 문제를 다른이들에게는 내가 가진 번호에 대한 욕심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큰 맘 먹고 번호변경에 대한 사항을 여러가지 찾아보았다. 기존의 1년에 한정된 변경번호 안내기간이 1년단위로 계속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그 제도가 바뀌었다. 또한 현재 사용하는 번호에서 아주 약간의 차이로 좀더 부드러운 운율감이 있는 번호로 바꿀 수 있다. 물론 4400으로 끝나는 다른 변경가능한 번호는 이미 조회조차 되지 않는다. 두 자리씩 반복되는 로얄번호라고 불리우는 번호인 것이다. 어쩌면 예비로 나에게만 할당된 번호에 대한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는다면 지금껏 내가 고수하고자 했던 번호의 집착스러운 욕심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오늘 나는, 017-252-4400에서 010-6252-4400으로 번호를 바꾸었다. 일련의 통신사 서비스를 통해서 내 전화기에 보관된 수백명에 달하는 주소록의 지인들에게 번호변경에 대한 안내문자를 보냈다. 일상적인 안부를 제외한 모든 답장의 내용은 "축하한다"는 것이다. 내 성격과 취향과 장비사용에 대한 상황을 고려하자면 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이라고 불리우는 스마트폰 정도는 장만한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그저 카메라 기능 있는 알람시계는 그대로 놔둔 채로 번호만 바꾸었을 뿐인데. 결국 나는 010-6252-4400으로 번호를 바꾸면서 여러가지의 것들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었다. 비록 기계는 영상통화라는건 뭔지도 모르는 기계를 사용하면서도 단지 번호만 바꾸었을 뿐인데, 시대적인 흐름에 합류하는 효과를 보았다. 그와 함께 로얄번호까지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번호를 평생유지할 가능성까지 확보한 셈이다. 남들이 다 바꿀때 흘러가듯 바뀌는 것이 아닌. 그나마라도 좀 더 각인시킬 수 있을때 바꾸었다. 기분전환.... 썩 괜찮은 기분전환이다. 글/사진 찍사김재중 http://zzixa.net http://facebook.com/zzi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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