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활주로에 잠시 숨을 고른다. 짧은 활주로 위에서 이륙을 위한 순간질주를 한다. 요동치는 동체는 내 몸을 싣고는 이내 하늘로 솟아오른다. 사람이 사랑하기 전 외로움에 잠시 숨을 헐떡인다. 어떤 만남 속에서 사랑을 위해서 순간질주를 한다. 요동치는 심장은 내 가슴을 매달고 이내 사랑에 빠져든다. 사랑은 비행기의 이륙과 같다. 어느 순간 정지해 있다가 제로백과 같은 속력으로 질주하고 그렇게 솟아오를 때의 몸과 심장의 순간적인 무중력 같은 것이 느껴지듯 그렇게 아롱거리면서 지상과 하늘의 구분이 어려운 시점! 사랑의 실패는 비행기의 이륙실패와 같다. 이륙을 위한 발돋움에 시간을 허비하다가 이륙시점을 놓쳐버리는 것. 제로백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저 드라이브 같은 속도로 달리다가 그치는 것. 죽을 것 같은 사력을 다해서 달려봐야 사랑의 묘미를 알 수 있다. 결혼은 이륙 후의 비행과 같다. 그렇게 솟아오른 비행에 같이 동승하여 여행길에 함께 동석하는 것. 난기류에 동체가 흔들리듯 관계가 흔들리기도 한다. 작은 난기류에 불안해하면 이내 패닉에 빠져든다. 작은 난기류에 어지러움을 이기지 못하면 크나큰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난기류에 흔들리는 동체에 쉽게 적응하고 나면 즐거운 여행이다. 난기류에 흔들리는 관계에 때마다 소리를 지른다면 힘겨운 여행이다. 두 손을 마주잡고 서로의 불안감을 이겨내 나가는 것이 결혼이다. 이혼은 패닉이다. 난기류에 휩싸여 어느 하나가 비행을 포기한다는 것. 비행기를 돌려 회항을 하거나 그 어떠한 항공법상의 긴급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 이후의 여행은 이미 즐거움이 아닌 두려움과 불안감과 불쾌감의 연속일 뿐이다. 난기류에 휩싸여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못한다는 것. 패닉에 빠진 한 사람을 계속 손을 붙잡아 주고 안아주어도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 동행자에게마저 패닉상태를 주어 버리는 것. 그 패닉을 이겨내지 못하고 뛰어내리는 것이 이혼이다. 죽을지도 모른다. 그 절망감에 죽을지도 모른다. 낙하산이 있는지조차 모른 채 뛰어내리는 것이 이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패배라 부른다. 그것은 패배가 아닌 마지막 생존을 위한 발악일 뿐이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겨우 살아난 사람이 다시 비행을 결심하는 것. 재혼은 크나큰 도전이다. 하지만 같은 비행기에 있는 사람들이 내 존재에 대해서 알아버릴 때 나로 인해서 비행기의 안전이 걱정되는 사람들. 어쩌면 내가 아닌 동승자로 인해서 뛰어내렸을 뿐인데 나의 패닉으로 뛰어 내린 것으로 오판하는 사람들이 두려워질 것이다. 숙달된 여행자와 여행에 실패한 사람의 차이가 무엇일까? 단 한 번의 비행만을 하고 있는 사람과 이착륙을 되풀이 해본 사람의 차이가 무엇일까? 결국 숙달된 여행자 역시 이착륙을 되풀이한 사람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단지 세상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실패라는 오명이 없을 뿐이다. 사랑의 실패는 인정할 수 있지만 결혼의 실패는 인정되기 어렵다. 다들 비행기에 타보지도 못한 채 발길 돌리는 허다한 사람들도 많건만 세상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다들 첫 비행에 몸서리치며 다시는 오르지 않을 비행에 다시 오르고 싶은 한 사람은 낙오자로 치부되어 자신이 타지도 않을 비행기조차 오르지 않았으면 한다. 난기류가 조금 있더라도 그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다시는 패닉을 겪지 않을 내 동승자와 함께 그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아니 패닉에 빠지더라도 옆에서 이겨내 주고 싶은 내 동승자와 함께. 두 손을 맞잡고. 두 가슴으로 더욱 껴안으며.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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