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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눅눅한 서늘함으로 지배되는 견고미의 콘크리트 성벽을 쌓았던 적이 있지요

혼자서 피라미드 쌓기가 가능하리라 믿었던 무모한 숨기의 시절이었을겝니다

음습한 그늘에 웅크리고 앉았던 아이의 발가락에 빛이 새어들어왔어요

빛을 받은 발가락은 어둑한 몸빛과는 참 다르게 보입니다

그 곱던 빛에 이끌려 꾸물꾸물 양지로 나왔던 아이는 심하게 데이고 말았어요

다시 조금 쉬운 모래성을 쌓았다가 허물리고 다시 쌓았다가 허물리고

지금은 그냥 모래사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에 밀리고 물에 쓸려도 다름 없어 보이는 모래사장..

그런데.. 사람이 지나고 나면 자죽이 남네요

꼭 사람만이 그렇게 자죽을 남기네요

글 남궁관 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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