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다는 칡을 쓰고 싶다]
야산에 흔해 빠진 칡뿌리 만큼이나 보잘 것 없고, 둔탁스럽지만,
그 칡뿌리 만큼이나 씹을수록 단물이 담겼으면 좋겠다.
때로는 칡의 쓴맛처럼 삶의 쓴맛도 품어내고 싶다.
글보다는 칡을 쓰고 싶다.
글/사진 김재중
zzixa.photo
[사족]
한국 떠난 지 5년 10개월 20일이 되는 날입니다.
4시간의 비행거리 만큼이나 한국말에 대한 거리감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술하고 싶었습니다.
글도 쓰고 싶었습니다.
내가 살아 있노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살아 있노라 이야기하기 위해서라도 살아 남아야 했고,
오히려 예술하고 싶고, 글 쓰고 싶었던 '나'는 사라지고, 썩어질 육체 속의 '나'만 남았습니다.
타국에서 6년을 보내는 지금에 얼마나 맛깔스러운 단어를 구사할 수 있을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냥 살아 있고 싶습니다.
더 이상 살아 내기만 하기보다는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습니다.
10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글을 정리하며, '나'를 다시 찾아내고, '나'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허접합니다.
외국에서 쓰는 한국말입니다.
과거를 우려먹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럴 겁니다.
그냥 해보겠습니다.
어차피 누군가 월급 주지도 않습니다.
꼴리는 대로 하겠습니다.
글/사진 김재중
zzixa.phot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