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 Kim, JaeJung

성장통

사진도 글도 만만하게 생각했었다.
 
사진도 글도 만만하지 않더라.
 
그럴싸한 사진도 그럴싸한 글도 쓸 줄은 알았건만
 
진짜 사진과 진짜 글을 쓰기 시작하니
 
이렇게 가슴이 찢어질 줄은 몰랐다.
 
주민등록의 출생연도가 점점 저 멀리로 달아나는 시간이 되니
 
할 때마다 진하게 물드는 사랑들과
 
할 때마다 깊은 칼자국을 남기는 이별들과
 
세상살이 걷다가 넘어졌던 돌부리들을 경험하고 나니
 
그렇게 가슴이 찢어진 기억들을
 
사진과 글속에 넣으려 했더니
 
그제서야 진짜 사진과 진짜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사진과 글을 쓸 때마다
 
더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아플 수록 성장해가는 느낌을 느낀다.
 
왜 성장통을 가슴으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성장통이 너무 길어져서 그래서 너무 커져 버려서
 
교만해질까 살짝 두렵다.
 
가짜 사진과 가짜 글을 쓸까 봐......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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