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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져야 본전? 잘 해봐야 본전!


청소! 아무리 잘 해봐야 본전이다. 남의 일 뒤치다꺼리! 아무리 잘 해봐야 본전이다. 고스톱! 아무리 잘 해봐야 인건비에 개평주고 나면 도박판 아닌 이상 본전이다. 관심! 아무리 잘해봐야 흑심이고, 잘난 척이거나 본전이다. 사랑! 아무리 잘 해봐야 이별하고 나면 본전이다. 아니 죽을 것 같다. 세상에는 아무리 잘 해봐야 본전인 것들이 참 많다. 그러나 늘 하고 사는 일 결국 본전 밖에 못 하면서도 하게 되는 일 소방! 아무리 잘해도 본전도 못 찾는다. 소방관이 멋진 건 영화 속에서의 일이다. 화재에는 두 가지 손해액이 집계된다. 소손액 : 불에 타서 손해를 본 것 수해액 : 불 끄느라 손해를 본 것 불에 타도 소방관이 원망스럽고 불 끄느라 때려 부수고 물난리 만들어 놓은 소방관도 원망스럽다. 불길 속에 뛰어들어 목숨 바쳐 불을 꺼도 결코 좋은 소리 못 듣는다. 사람을 불길 속에 구해내도 결코 좋은 소리 못 듣는다. 물길 속에 뛰어들어 목숨 바쳐 사람 구해내도 결코 좋은 소리 못 듣는다. 하루에 3명이나 살려냈건만 허파에 들어간 물 빼내라는 호통이나 들어봐서 안다. 나중에 와서라도 고맙다 말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화마라는 무서운 마귀를 사람들은 소방차가 출동하면 아이들 불장난 끄듯 끌 것처럼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미 불장난 끄듯 못 껐기에 소방차를 불러놓고서는. 이미 타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끝이다. 2차, 3차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 이미 소방차가 출동 했을때의 일이다. 물론 말해서 입 아픈 인명구조 어쩌고 하는 얘기는 생략하자. 때로는 보여지는 것 때문에 더 필요한 것, 더 중요한 것을 하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당장에 불타고 있는 것만 볼 수 있다. 당장에 눈에 보이는 불 말고도 수많은 것들이 이미 타들어 간다. 그때 계산되는 것이 수해액이다. 불나지 않았는데도 소방 활동으로 미치는 손해액. 눈에 보이지 않지만 타들어 가는 것, 불이 붙지 않았지만 미리 조치해야 하는 것을 조치하다가 생긴 손해액이다. 위층에 난 불 끄다가 아래층 물난리 난 것. 본전도 못 찾게 되는 소방관 이야기들. 자기 재산 타들어 가는 것만 중요한 사람들 70대가 넘는 초유의 소방차 출동에도 불구하고 자기 눈앞에서 바라본 서너 대의 소방차만 바라보이는 사람들 소방호스 하나만으로도 서너 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수압을 버틸 수 있는 일에 아무 하는 것 없이 뒤에서 서성거리는 2~3명의 소방관은 놀고 있는 줄 아는 사람들. 소방관의 타들어가는 목구멍은 아무 관심 없이 타들어 가는 자기 재산만 아까워하는 사람들. 화재의 재발을 막기 위해 멀쩡한 집 때려 부수고 이미 불 꺼진 곳에 물 뿌려댄다 하는 사람들. 혼자 힘으로 감당할 수 없어 죽을 똥 싸는데 엉뚱한 곳에 물 뿌린다 뭐라 하는 사람들. 불난 집에서 눈꼽떼며 나와 놓고는 소방차 출동이 늦다며 뭐라 하는 길 막아놓은 차주들. 가스통 폭발하는 현장에서 죽어라 화염 속에 물 뿌리는 소방차 빼달라며 자기 차 빼는 사람들. 아무 할 일 없이 무전기만 들고 왔다갔다 하는 지휘통제자도 놀고 있다 하는 사람들. 자기 체중만큼의 수압을 한 시간 넘도록 지탱하다가 교대해서 그을음 그렇게 마시고는 담배 한 대 피우는 소방관 나무라는 사람들. 사고기록 촬영을 위해서 카메라 들고 서성거리는 카메라맨 쓸데없는 소방관으로 보는 사람들. 아니 어쩌면 이런 본전도 못 찾는 경우들 때문에 기록해야하는 카메라맨 소방관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사람들. 강 건너 불구경하다가 옷에 냄새 베었다 짜증내는 사람들. 본전도 못 찾게 되는 또 다른 나의 이야기들 물에 빠져 죽겠다는 사람 뛰어들어 눌러대는 손 피하자고 머리끄덩이 잡아 당겼더니 욕하는 사람들. 물에 빠져 죽겠다는 사람 뛰어들어 꺼내놨다니 자기 물먹은 거 책임지라는 사람들. 물에 빠져 죽겠다는 사람 뛰어들어 살렸더니 목걸이 끊어져서 잃어버렸다 원망하는 사람들. 물에 빠져 죽겠다는 사람 뛰어들어 살리다가 물 먹고 콜록거리는데 아무 인사도 없는 사람들. 물에 빠져 죽겠다는 사람 뛰어들어 관절염 걸린 무릎 아파 죽겠는데 의례 꺼내주는 사람인줄 아는 사람들. 최선의 성의를 다해서 해야 할 일보다 더 해줬더니 더한 일까지 원래 할 일인 줄 알며 보채는 사람들. 아무런 욕심 없이 사회봉사 했는데 흑심 품었다 생각하는 사람들. 일주일 기한 정해 놓고는 스케쥴 다 잡아놨는데 어제 의뢰한 일에 오늘 아직 안됐냐며 재촉하는 사람들. 열 일 제쳐두고 개인적 친분 때문에 먼저 처리해줬더니 놀고 있는데 자기가 일거리 챙겨준 줄 아는 사람들. 날품팔이 일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부탁해서 시켜놓고는 죽도록 부려 먹는 사람들. 그림 안 나오는 사진이 뻔해서 사진 찍기 싫다 했는데도 사정사정해서 찍었더니 그림 안 나왔다 짜증내는 사람들. 단체촬영 의뢰받아서는 개개인별로 촬영했더니 예쁜 사람, 아는 사람 사진만 잘 찍었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 단체촬영 의뢰받아서는 찍지 않아도 될 개개인별로 촬영 해줬더니 자기 빠졌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 그래서 빠진 분들에게 죽을죄를 지었으니 죽여 달라고 했는데 뒷얘기로 서운하다 하는 사람들. 시키지 않은 일 까지 할 때는 좋아해 놓고는 그걸로 문제가 되면 시키지 않은 일 했다고 지랄했던 상사들. 도움이 필요해서 날 밤 새워가며 도와줬더니 이제는 그걸 내 일로 떠넘겼던 직장 동료들. 기름 값에 통행료 겨우 나오는 촬영비 받았더니 신경 써서 불러줬다 하는 사람들. 돈 안 받겠다고 찍어준 사진에 얼마 안 되는 돈 쥐어주고는 큰 소리 치는 사람들. 신경 써서는 뒷수습까지 다 해줬더니 뒷수습까지가 기본인 줄 아는 사람들. 아무리 따져도 돈은 남더라도 생산성이 안 나오는 일이기에 더 싸게 다른 방법을 제시했더니 끝까지 해 달라 조르는 사람들. 결국 시간과 인건비까지 써가며 처리해줬더니 3개월 뒤에서야 돈 깎아서 입금하면서 생색내는 사람들. 나중에 내가 깎아준 돈인데 그나마 입금한 돈이 나 생각해서 줬다는 줄 아는 또 다른 사람들. 안에서는 싸우고 밖에서는 태연한 척 했더니 내가 진 줄 아는 사람들. 안에서는 실컷 그 문제로 싸워 놓고는 나중에 얘기 들어보면 또 뻔한 이야기에 뒷얘기 하는 사람들. 실컷 열 받게 하는 문자 보내 놓고는 오해살까봐 길게 답장문자 했더니 할 말 참 많나 보네요라고 어처구니없는 답변 하는 사람들. 흙을 파먹어도 뒷얘기 듣기 싫어서 빠져나왔더니 또 뒷얘기 하는 사람들. 대놓고 얘기하는 사람 뒷얘기 해놓고는 열받아하니 대놓고 얘기하자는 사람들. 누구의 편도 아닌데 자기 편 안 들어줬다고 서운해 하는 사람들, 아니 욕까지 하는 사람들. 도대체 이놈의 본전도 못 찾게 되는 일들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게 만드는 사람들. 이제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도 우라통 터지게 만드는 사람들. 그래서 때로는 그저 기본만 하고 시키지 않은 일 하기 싫고 인심 쓰는 일 하기 싫고 하나라도 성의껏 손봐주기 싫어지고 그냥 내 본전 찾았거나 남았다 생각들때 빠지게 되고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 있겠지라는 생각하게 되고 때로는 나 말고 다른 사람 써서 나 귀한 줄 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보면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문제는 자꾸 도와주고 싶어지는 이 별종 같은 놈은 뭔지? 잘 해봐야 본전이 아니고 잘 해 주는 게 아름다운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결론 내려 얘기하지 않으면 글의 논지도 모르는 사람들.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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