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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묻은 돈]


필리핀을 여행하다가

어느 작은 햄버거 좌판에 들러

입맛에 맞지 않는 햄버거를 억지로 먹고 난 후,

거슬러 받은 거스름돈에는

그들의 땀으로 범벅이 되어 쉰내가 진동을 했다.


몇 푼 되지 않는 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피눈물 나는 돈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냄새다 싶어 에어콘 흡기구에 붙여 놓고는 말려서는

귀하게 쓰고 돌아왔다.


친구와 장난을 치다가

술값을 치르고 난 거스름돈을 빤쓰 속에 넣었다.

마려운 똥에 급하게 바지를 까고 한참 일을 보다가

갑자기 돈 생각이 났다.

내려다본 좌변기의 물에는 천 원짜리 석 장이

아주 얌전히 영양가 높은 냉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많은 갈등을 했다.

똥국물과 오줌국물이 베인 이 3천 원을 다시 꺼낼 것인가?

똥국물과 오줌국물과 함께 이 3천 원을 흘러내릴 것인가?

결국 누군가에게는 피눈물 나는 돈이기에

아니, 나 자신에게 피눈물 나는 돈이기에

나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부끄럽지만

옆에서 손 씻는 사람 몰래 돈세탁을 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똥 묻었던 돈으로

3천 원짜리 청국장을 비벼 먹으러 나간다.

돈세탁하시는 전문가들도

똥국물 베인 3천 원을 세탁하실까?


똥 묻은 돈 세탁하고는 청국장 먹으면

전문가들은 얼마나 더럽고 추하고 구린 모양새 음식을 드실까?

설마 똥을 드시는 건 아닌지?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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