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휩쓸고 간 화재현장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불법거주지역으로 지정되어 판자촌 움막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 숯더미가 되어 아무것도 건질 것 없는 집터라고만 구분되는 냉장고, 세탁기, 싱크대와 침대스프링의 철재만 남아 잇는 그곳 삶의 희망을 꿈꾸던 불타버린 책들. 지금 상황에서도 천국은 반드시 있다고 믿는 그들. 3시간 전까지만 해도 통곡을 하며 울었다는 어느 넉살좋은 아주머니와의 화마가 휩쓸고 간 다음날의 만남 그들의 표정은 이미 그렇게 울고 난 뒤인지는 몰라도 비록 눈은 부어 있지만 평온해 보였다. 이제는 그나마 누워 쉴 자리도 없어져버린 집도 절도 없는 그들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지만 원래도 잃을게 없었기에 그냥 마음이 편하다고 말하는 그들 단지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속 따가운 눈초리가 싫을 뿐이라는 그들 담벼락에 참새떼 마냥 쪼그려 기대앉아 서로가 농담을 나눈다. 지금 우리가 웃을 때인가 하며 스스로에게 반문을 하면서도 내내 구호물자를 서로 나누면서 농담과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직접 그들 속에서 보지 않으면 그저 가난에 찌들고 인생사에 찌든 얼굴로 보여질 수 있는 그들. 판자촌에 살던 그들에게는 콘크리트와 통유리 벽에 사는 이들에게는 없는 것들이 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포이동공동체라 이름 지었다. 나는 그들을 인정(人情)공동체라 부르고 싶다. 그들이 걱정하는 건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자기 집터에 죽어 있을지 모를 강아지 시체를 보게 될까봐 집터에 가보지도 못하는 것 그 속에서도 집을 잃은 자와 남아 있는 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분열을 가장 두려워했다. 겨우 발 뻗어 누울 공간이지만 그마저도 가진 자와 잃은 자의 한 뼘 거리가 생길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남아 있는 집들마저 다 때려 부수고 공동체 회관건물과 비닐로 둘러친 천막에서 다 같이 행복하고 다 같이 예전처럼 하나로 살길 바라는 그들 그러면서 네 집 내 집 가리지 말자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집들과 공동체 건물에 위안을 삼는 사람들 구호물품이 들어오면 누구하나 자기 것으로 챙기지 않고 모아놓았다가 다 같이 딱 쓸 만큼만 나누는 그들 하루만 더 지나면 적십자의 약속된 구호식사가 종료될 수 있음에도 언제나 찾아가면 밥 먹었느냐며 컵라면 챙겨주기에 바쁜 그들 지금 가진 것, 아무것도 자랑할 것 없지만 그마저 잃으면 끝장이라 생각하는 나! 그럴싸한 스튜디오에 그럴싸한 장비들과 그럴싸한 옷매무새를 가지고는 매달 적자에 허덕거리면서도 끝까지 지켜보려는 나! 그들과 나! 내가 더 가진 것일까? 내가 더 못난 것일까? 나 죽는 날! 이름 석 자만 남기고 홀연히 떠나고 싶어졌다. 인정공동체인 포이동공동체가 아름답게 다시 꽃 피어나길 기대한다. 폐허더미 속에서 2시간 동안이나 나를 울렸던 그들의 작지만,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가정이 다시 살아나고 자기들을 위해서 울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는 가진 것 없지만, 자랑할 것 없지만, 내세울 것 없지만, 스스로가 사람 좋은 사람들이라고 자부하는 그들의 삶에 한 가닥 희망빛이 있어주길 소망한다. 아니 두 가닥, 세 가닥, 네 가닥, 끊이지 않는 희망빛이 있어주길 소망한다. 포이동 주거복구 후원 모금 국민은행 767401-01-2760*** (예금주 : 포이동 주거복구 후원모금)
(오래 전 활동이라 계좌번호는 수정했습니다.)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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