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사진을 시작한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찍어봐야 본전인 퐁경사진들에 대한 나의 관점은 찍어봐야 쓸데가 없는.. 즉 사용처나 돈 될일 없는 그런 사진일 뿐이었다. 그나마 몇 장 있던 사진들은 "나도 찍을줄은 안다. 다만 안찍을 뿐이다"라는 수준의 일단 기본은 해놓고 가는 정도의 도박판에서의 "등록금 내기" 수준이었다. 나의 카메라 설정은 모노크롬에 세피아 색상을 살짝입힌 설정이다 물론 모든 원본에는 색상데이터가 들어있기는 하다만 억지로 만드는 일명 포샵질의 흑백사진이 아닌 실제 촬영때부터 찍어내는 흑백의 감성이다. 어제는 퍼붓던 눈송이들의 설레임으로 밤이 되기를 기다렸으나 밤이 되어서는 눈이 멎어버렸다. 정말 아쉬움의 문제가 아닌 하늘(?)마저 버린 쓸쓸함이었다. 스튜디오에 잠깐 들어와서는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래고 이 겨울의 끝에 내린 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독스럽게 가슴시린 겨울인데 나는 그 겨울의 끝자락을 놓지 못하고 있다. "빛방울"들을 만난 이후로... 이미 그쳐버린 눈이지만 나무위에 얼어붙은 눈송이들과 흑백의 감성을 충분히 살리기에 부족하지 않으리만치 쌓여 있는 내 피사체들에게 점점 동화되어 갔다. 200미리급의 렌즈를 사용하면서도 셔텨속도는 고작 1/25내지는 높아봐야 1/40이다. 이제는 숙련자가 다 되었다. 물론 좋은 렌즈의 IS기능 덕도 있다만 내 피사체를 대할때의 나의 정중함도 한 몫을 한다. 어떨때는 200망원에 1/5초의 셔터속도로 맨손으로 촬영을 한다. 나는 삼각대를 쓰지 않는다. 트라이포드를 사용하면 웬지 구속받는 느낌이 들어 참 싫다. 쉽게 말해서 성질 드러워서 그딴거 못쓴다. 그렇게 나는 내 피사체들과 동화되어 가는 동안에 이 장면을 만났다. 특별히 멋있는 피사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나치지 못하고 촬영을 시도했다. 그런데.. 내 머리위의 나무에 쌓여있던 눈이 내게로 떨어졌다. 셔터를 누르는 바로 그 순간에...... 마치 길거리를 걷고 있는데 잘 알던 친구가 뒤통수를 치며 아는척 하는 그런 기분.. 내 머리위로 떨어지고는 이내 뒷덜미를 통해서 옷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정말 기분이 묘했다. 그냥 지나다가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계속 맞고 다녔는데 그렇게 노골적(?)으로 내게 아는 척을 하는 그 나무와 그 눈덩이가 나의 기분을 정말 묘하게 만들었다. 그냥 떨어진 눈 정도가 아니다 분명 내 머리를 강타할때 "퍽"하는 소리를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카메라는 흔들렸고 내 피사체들은 자기를 그렇게 찍어달라고 했다는 듯이 버젓이 멋진 빛그림를 만들어주었다. 촬영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나는 내 피사체들과 한 몸이 되어 갔다. 마치 암수 한 몸이 된양... 지금 느끼는 이 외로움의 쓸쓸함을 즐기기로 했다. 물론 즐긴다는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더욱 처절하게 외로워하고 쓸쓸해 하기로 마음 먹었다. 덕분에 나는 내 사진과 함께 내 감성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마치 남자가 군대를 다녀왔을때의 어른 스러움이라고 해야할까? 내겐 그랬다. 그저 보기 좋은 사진이 아닌 내 감성을 밀어 넣을 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내 스스로에게서 속박당하지 않는 자유를 느끼는 순간 나는 내가 자유인임을 알았다. 최근에는 나에게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자유로운 영혼" 내가 써본적 없는 말인데.. 혹시라도 유행어인가? TV를 보지 않으니 알 수는 없다. 또 그렇게 표현한 사람에게 왜 그렇게 표현하느냐고 물어보기 참 뭐한 표현이지 않은가? 나는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내 사진이 어떻게 평가받게 될지를 고민하며 그렇게 항상 촬영을 했다. 왜? 나는 프로니깐.. 프로는 참.. 힘들다. 그저 그런 사진가지고 잘못 나대면 매장당할 수 있다. 어제의 내 모습은 나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이 잘 나오던 말던 그냥 나는 내 감성이 느끼는 그 순간들을 표현했다. 그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서 말이다. 논보라 휘몰아치던 그 밤의 사진들에 비하면 참 볼것은 없다. 그러나.. 내 자유를 찾았다는 데에는 충분한 내 인생의 가치는 있다. 계속 사진으로 밥먹고 살것이라면 말이다. 겨울밤을 세 시간 이상 걸었다. 쉽지 않다. 내게는.. 내가 원하는 구성을 위해서는 논두렁 밭두렁 같은 그런 눈쌓인 곳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단지 내 눈에 들어온 느낌이 아닌 내 눈에 맞도록 다시 구성하기 위해서 이다. 관절염 걸린 놈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다. 풍경을 찍으며 4기가의 메모리를 단 한장의 여유도 없이 찍기는 처음이다. 처음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풍경사진 자체가 사실 나에게는 처음일 수 있다. 마치 호주머니속 산에서 주은 밤알들을 가득 채우고 돌아가는 어린 소년의 기분이었다. 잠바 주머니에도 바지 주머니에도 여기저기 쑤셔 넣을 수 있는 주머니에는 모두 밤알로 가득차서 걷기도 힘들만치 두둑하게 튀어나와 뒤뚱거리며 걸으며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를 짓는 그런 코묻은 소년.... 돌아오는 길에 내 감성을 불사르기 위해서 발자국 하나 없는 하얀 눈쌓인 공터에 커다랗게 "외롭다"라는 세 글자를 남겼다. 외롭다라는 그 세글자를 남기는 그 순간.. 얼마나 외롭던지.. 전화번호나 명함이라도 남겨놓을걸 그랬나부다. ㅋㅋ 예전에는 그런 공터를 발견하면 "누구야 사랑해"라고 남기곤 했는데 이제는 "외롭다"라고 남긴다. 마치 죽으려고 작정한 놈처럼...... 아플만치 아파보자.. 내 사진이 아직 성장할 수 있다면, 또는 다시 시작하는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불태울 수 있다면 내 그 아픔을 받아들이리라. 오늘도 희은이 누나의 노래를 들으며 심장을 찢어낸다. 글/사진 김재중 (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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