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한 잔 술이 더 고팠건만 애써 눌러 참았다. 한 줄 글도 더 고팠건만 애써 눌러 참았다. 한 뼘 방황도 더 고팠건만 애써 눌러 참았다. 오늘 아침 한 숨 잠도 더 고팠건만 애써 짐승의 시체 같은 몸뚱이를 일으켜 세웠다. 일찍 잠들려 마신 술이 과했던지 뇌수가 흔들린다. 쓰린 속 부여잡고 침대 위에 내동댕이 쳐진 옷가지와 부츠를 다시 몸에 바르고 제 멋대로 퍼져가는 곱슬머리칼은 헤어젤을 잔뜩 발라 로버트 드니로의 올빽머리로 빗어 넘겼다. 달리는 차창을 내려 바람과 햇살을 만끽하고 싶었건만 헤어스타일 망칠까봐 윈도우 버튼을 애써 눌러 담배연기 빠질 만큼만 내렸다.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했던 이순신처럼 죽지 않고 동네방네 소문내며 폼 나게 죽을 거라 호언장담하며 마신 술에 하루하루 죽어가는 몸뚱이 이끌고 눈앞을 스쳐가는 여인네들의 아름다운 웃음과 나풀거리는 치맛자락과 향내 나는 몸짓을 훔쳐보고 싶은 토요일 아침을 달리는 차창 뒤로 흘러보냈다. "토요일 늦잠"이라고 이름 붙혀진 알람에 휴대폰이 바지주머니 양기 충천한 불알 두 쪽 바로 옆에서 바이브레이터가 되어 부들부들 떨어주는 이 아름다운 토요일 아침 아니 이제 점심 너와의 만남을 위해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약속시간을 어긴 개아드님아! 덕분에 글 하나 남기게 해주는 참 고마우신, 참 아름다우신 개아드님!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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