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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적한 등나무 그늘아래 벤치에 나이키 운동화 둘 마사이 워킹 운동화 하나 그리곤 요란한 갈색 웨스턴앵클부츠 하나 더 이상의 사랑에 대한 미련도 없을 것 같은 백발의 세 노인과 나란히 앉았다. 간혹 들리는 바람이 부는 휘파람 소리 지나는 자전거 바퀴살에 바람 부서지는 소리 구르던 페달 멈추며 뒷바퀴 기어의 숨 고르는 소리 괜한 헛기침 속에 들어 있는 긴 한숨 소리 자리를 털며 일어서는 낡은 부속품 같은 관절 삐걱대는 소리 개폼잡고 있는 날 바라보는 여인네라도 없을까 기웃대는 내 눈알 구르는 소리 제발 보지 말아주었으면 싶은 못생긴 여자의 못생긴 발자국 소리 나 같은 것 따위는 관심도 없을 것 같은 커플들의 고등어 배때기 소금치는 소리 못생긴 남친과 끌고가던 노란 자전거 세우고 벤치에 앉은 핫팬츠에 선홍빛 새빨간 니트를 걸친 저 여인의 젖과 꿀이 흐르는 소리 텅 빈 가슴 속 공명만 커져가는 엿 같은 내 심장 뛰는 소리 이제 그만 털고 일어설 때 들리게 될 만년필 뚜껑 닫히는 소리 그리고 내 무릎관절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또 내 한숨 소리 전혀 예기치 않았던 내 방귀 소리 어느 날의 봄 흘러가는 소리들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 http://facebook.com/zzi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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