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배려와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쁜 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재민들의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를 위해서 사진을 촬영하고 위로행사와 같은 문화제에 참석하고는 한 잔 두 잔 술을 얻어마셨다. 오래전부터 한 잔 나누고 싶었지만 복구 작업과 신경전이 한창인 그들과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한 잔 술 속에서 웃음도 나누고 행사에 지원 나온 대학생들의 자리에 끼어서 또 한 잔 술을 얻어 마시기도 하고 젊음의 자리에 끼어서 약간의 노땅분위기의 아저씨와 한 바탕의 술을 마셨다. 사랑을 이야기했다. 권주를 해달라 하기에 "사랑하자"를 말했다. 모두들 적응되지 않는 단어와 권주법에 대해서 어리둥절했다. "연대하자"라는 말보다는 "함께하자"는 단어를 권했다. 젊음이 있고 사람살이와 사람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좀 더 아름다운 의미를 찾자고 권했다. 분명 그들이 그 자리에 함께함은 사람을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미 그들이 길들여지고 쌓아놓은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 사용되는 단어에 익숙해지고 더 강한 의미부여를 하는 그들이 안타까웠다. 좀 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활동이어야 하지 사람 싸우는 냄새는 아니라 말했다. 대학등록금 반값보다는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서 이 자리에 있는 학생들을 격려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분명 아름다워질 거라 격려했다. 자리를 마치고 친구와의 만남을 위해서 길을 걷다가 친구에게 작은 퍼포먼스를 선사하기로 했다. 개천을 건너는 다리의 한 중간에서 큰 대자로 누웠다. 그리고는 다가와서 재미있어할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다. 비가 내린 다리위에서 큰 대자로 누워서 젖어오는 등짝을 느끼며 누워 눈을 감고 기다렸다. 점점 초조해진다. 점점 축축해진다. 점점 싸늘해진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아래쪽에서 들린다. 친구가 다가올 방향에서 소리가 들린다. 나를 지나쳐간다. 쪽팔리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위쪽에서 들린다. 방금 전 나와 같이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분명한 방향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방금 전 나와 같이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분명한 목소리까지 확인된다. 아! 이 쪽팔림! 그러나 친구를 위한 나의 퍼포먼스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예술가의 기행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누구하나 신경 쓰는 사람 없었다. 그렇게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서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서 떠들고 같이 술을 마셨건만 분명 나라는 것을 알만한 특이한 복장의 그놈이 비 오는 날 길바닥, 아니 다리 위에서 쓰려져 자고 있건만 누구하나 신경 쓰는 사람 없었다. 쪽팔림은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아! 이 허탈감! 친구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나의 퍼포먼스는 허탈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내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나는, 이상한 사진작가라는 놈이 술 처먹고 말도 안 되는 유토피아 같은 소리나 지껄이고는 제대로 걸어가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그것도 정중앙에서 쓰러져 자는 놈일 뿐이었다. 결국 내가 지껄인 소리는 술 취한 망발이상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들이 내게 신경을 썼건 쓰지 않았건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빈민과 아픔을 위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임에도 같이 술 마시던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졌음에도 지나친 사실은 결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뱉어낸 모든 말들이 술 취한 망발이상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에 화가 났다. 친구의 긴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안타까운 듯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나를 깨운다. 별로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퍼포먼스는 더 이상 퍼포먼스가 아닌 비에 젖는 길바닥의 차가움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람 삶에 대한 허탈감에 다시 술을 들이 부었다. 그냥 누구 하나 지나면서 방금 전까지 같이 술을 마시며 사람 사는 세상을 이야기하던 어느 누구 하나만 나를 깨워줬으면 지금 내 친구를 위해서 장난치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을 텐데 허탈감만을 남겼다.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세상의 추한 꼴을 보인 것일까? "처음부터 다시!" 갈 길이 멀다.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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