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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한 마리를 만났다. 도심 속 산책로에서 달팽이 한 마리를 만났다. 세 걸음도 안될 우레탄 포장된 길을 안테나 촉수 세워 네비게이션 켜고 머나면 여정을 가고 있었다. 너무 많은 사진들 속에 힘겨운 감성조절하느라 바람쐬러 나오며 카메라를 두고 나온것이 아쉬웠다. 머나먼 길 지금 당장 보이지도 않는 그 길 기어기어 가봐야 제자리 걸음만 같은 그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만났다. 힘겨운 오늘을 겨우 살아낸 나 같은 녀석을 쪼그리고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서는 동병상련같은 텔레파시를 주고 받았다. 몸에서는 소름돋는 한기를 느꼈고 내 심장박동은 쿵쾅거리다가도 그 느린 걸음에 맞춰 다시 늦춰졌다. 이 녀석을 데려다 키울까? 나의 애꿎은 외로움때문에 개도 고양이도 키우지 않겠다며 다짐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자연속에 살도록 두자! 자유속에 살도록 두자! 사람들이 나를 칭해 부르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두자! 자리를 일어나 내 길을 걸었다. 그리고는 내 곁을 스쳐 지나간 커플의 오른쪽에서 걷던 여자의 오른쪽 나이키 운동화에 밟혀 죽었다. 끝.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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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다 더 강렬한 것은 언어이고, 언어보다 더 강렬한 것은 가슴이고, 가슴보다 더 강력한 것은 좆 같은 인생이어라 글 김재중 http://zzixa.net http://facebook.com/zzi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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