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음악을 껐다. 그렇게 하루 종일 이 공간에서 울려대는 음악을 껐다. 친구들이 남았다. 꺼진 음악을 기다리는 스피커의 고독한 소리 냉장고의 냉각펌프 도는 소리 커피포트의 바이메탈 꺼지는 소리 컴퓨터의 냉각팬 소리 하드드라이브의 뒤적거리는 소리 공허한 시계 초침 소리 키보드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 트랙볼의 따각거리는 소리 형광등 안정기의 웅웅거리는 소리 수초가 썩어버린 수족관의 공기방울 소리 고장난 수도꼭지 물 떨어지는 소리 추운가을 피난들어온 모기 소리 허기진 뱃속의 꼬르륵 거리는 소리 맥주잔의 기포방울 터지는 소리 담뱃불 타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내 생각 흐르는 소리 글/사진 김재중 (zzixa.net)

תגובות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