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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느낌]

진짜 사랑에 빠질 때는 스스로 생각해도 미친놈이 된 것처럼 마냥 신나서 실실 웃어대며 어제까지 꼴도 보기 싫던 거울속의 내 모습이 마냥 예뻐 보이게 되는 마술에 걸리고,


그 사람이 하는 말 한 마디 속에서 가끔씩 숨이 멈추고,


가슴팍의 늑골이 살짝 조여 오는, 이별의 순간에도 느껴봤던 그 아리아리함이 느껴지고,


아무 생각조차 없던 내 자신이 점점 누군가를 위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삶으로 바뀌고,


내게만 불공평하게 느껴졌던 배신감 같은 삶이, 역시 세상은 공평하다는 반전으로 바뀌고,

잡히지 않던 일이 손에 잡히는 듯하지만, 온통 그 사람 생각에 손에 잡힌 일에 별다른 진척이 없고,


잠들기 전 눈을 감아도 태양을 바라보고 난 뒤 감은 눈에 남은 진한 잔상처럼 그 사람 얼굴 떠오르고,

잠에서 깨고 난 후의 머릿속에는 선명하게 남아 있는 꿈의 잔상처럼 꿈을 꾸는 건지 잠을 깬 건지 구분 모를 그 사람 생각뿐이고,

세상의 모든 여인네들의 모습 속에서도 그 사람의 진한 여운 같은 실루엣들이 느껴지고,

그렇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사람이 나를 바라 볼때의 눈빛과 표정은 내 머릿속에서만 아른거리고,

방금 통화 속에서 히히덕거리다가 "사랑해"하며 끊어놓은 전화기를 자꾸만 매만지게 되고,

사람들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며 내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고,

아무리 뒤져봐야 궁상맞은 홀애비들과의 술 한 잔 하자는 통화 말고는 할 것 없던 휴대폰의 생명력이 살아나고,

어떻게든 엿듣고 싶었던 옆 벤치에서 떠드는 여인네들의 수다소리가 잡음처럼 들리고,

멀찍이 떨어져 그저 그렇게 나란히 걷고 있는 연인들이 가소롭게만 느껴지고,

유부남인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건너편 벤치에 앉아 턱 고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남정네들이 한심스럽게만 느껴지고,

전화통 붙들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빚쟁이와의 통화인지 연인과의 통화인지 구분되는 염력이 생기기 시작하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났건만 그녀의 집 앞 편의점 파라솔에 앉아 애꿎은 맥주를 죽이며 방금 들여보낸 그녀가 잠깐이라도 마실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술 취한 그녀의 전화도 사랑스럽건만 회식자리 주변 사람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짜증스럽기만 하고,

또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만났건만 회식자리 술 취해 오늘은 그냥 집으로 들어가겠다는 그녀의 튕김에 괜히 화가 나고,

불과 며칠 되지도 않은 만남이건만 잘 키운 강아지마냥 그녀의 구두굽 또각거리는 소리를 구분해내는 초능력이 생기고,

그녀와의 첫 키스에 볼을 따갑게 할까봐 5개월 다 되도록 길러 잘 다듬어 놓은 수염은 거침없는 면도를 당하고,

그리 숱도 많지 않던 수염 좀 깎았을 뿐인데 몇 개월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보던 사람들조차 누군지 몰라볼 만큼 화색이 돌며,

심금을 울리는 시 따위는 외로울 때나 쓰는 것 같다며 국수가락 뽑아내듯 쓰여지던, 세상 외로움 혼자 다 느끼듯 줄줄 풀어내던 감성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려져 갑자기 바보가 되어버리는 시츄에이숑이 되고,

혹시라도 첫 데이트에서 얼굴을 못 알아볼까봐, 그녀가 못 알아보는 나를 두고 실망하게 될까봐 두려웠던 마음은 이제 사라지고,

저 멀리 달려오는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친 실루엣만으로도 내 여자를 알아채는 얼굴치에게 생기는 놀라운 능력!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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