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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홀애비의 궁상


나는 홀애비다. 요리 솜씨 좋은 홀애비다. 같이 일하던 직원실장도 겸업으로 하던 사업이 흥해져서 따로이 분리되어 나가고 문하생으로 매일같이 있던 학생도 좋은 일자리 생겼다고 돈 벌어야 한다고 나갔다. 이제 혼자다. 24시간 혼자 있는 홀애비다. 당분간은 혼자 있기로 맘 먹었다. 누군가 있으면 밥은 잘 챙겨준다. 직접 요리를 해먹는다고 하면 처음에는 라면이나 끓여먹거나 찬물에 밥 말아먹겠거니 했다가 스파게티, 아구찜, 동태찜, 김치찌개, 닭도리탕...... 요즘 안 해먹은지 오래돼서 기억도 안나지만 여튼 닥치는대로 재료만 있으면 다 한다. 대개 식당에서 2만원 수준의 요리들을 주로 해먹는다. 요리 배우겠다고 설치던 직원녀석들 내 맛을 따라오지 못해서 중간에 포기한 녀석들 많다. 그런데 요즘 혼자다. 매 끼니 해먹기도 귀찮다. 얼마전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는데 꾸역꾸역 밥 해먹기도 귀찮다. 가증스럽다. 간혹 식당을 가보지만 역시나 주댕이가 고급이라 성에 안찬다. 친구와 술 한 잔 하다가 친구의 조언을 들었다. 13,000원짜리 소잡뼈를 사다가 사골육수를 내 먹으면서 둘이서 2주를 먹었단다. 마트엘 갔다. "사골 13,000원" 눈빛이 반짝인다. 냅다 집어들고 계산해서 돌아왔다. 최소한 3주는 끼니걱정 없겠다는 생각으로...... 뭔가 이상하다. "한우사골 1300g"이라고 써있다. 대충 먹자고 한 짓인데 제대로 먹고 있는 중이다. 아까워서 꼬박꼬박 챙겨먹는다. 홀애비의 궁상...... 글/사진 찍사김재중 http://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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