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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추워....


스튜디오로 돌아오는 길에 종종 강남역을 지난다. 젊음의 도시 강남역, 향락의 도시 강남역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라 불리우는 이들이 있는 강남역을. 지난 여름 이후 강남역에 나가서 사진 작업하기를 잠시 주춤했다. 며칠전 학생을 데리고 나가서 강남역에서 후까시 잡는 법과 피사체를 선별해 내는 법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잠시 나가서 길바닥에서 깡소주 한 병 까주시고...... 그렇게 잠시 나가서 아주 잠깐의 입가심(?)만을 하고는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강남역을 지나다가 미루었던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가던길을 돌려 강남역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는 촬영을 시작했다. 이 겨울에 무려 4시간이나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포인트 앞에는 하수구 트랜치가 있다. 한참 사진에 열중하다보면 뭔가 기분이 나쁘다 생각하면 바로 그 하수구 트랜치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시큼한 하수구 냄새. 거의 목록으로 만들어 놓을 정도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중의 하나이다. 그렇게 추위에 덜덜 떨며 카메라를 붙들고 있는 손도 덜덜 떨며 다리도 후덜덜덜 떨고 있더라. 그리고 그 하수구 트랜치 위에는 누군가 먹다 버린 아이스크림이 4시간째 녹지않고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쉽지않다. 사진이라는 작업이 감성을 불어넣는 사진이라는 작업이 그리고 이전에 찍었던 사진보다는 나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나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다. 어느때는 한 시간에 겨우 한 장 건질까 말까한 날도 있다. 오늘도 그랬다.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사진이 정리가 되지 않고 계속 지저분했다. 그나마 인적이 조금 한산해진 새벽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찍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지만 4시간동안 추위에 떨고 있던 내 몸둥아리가 더 이상 허락하지 않더라. 돌아오는 길, 운전하는 동안에도 온몸은 움크린 채 굳어있던 몸이 풀리지 않았다. 뜨거운 샤워를 하고 난 뒤에야 겨우 풀리긴 했다만 결국 입술은 갈러져 터진것 같다. 내 사진을 통해서 누군가가 위안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 결코 놓을 수 없는 작업이다. 내 사진을 통해서 누군가가 삶의 의미를 다시 찾는다고 한다면 나는 결코 사진을 놓아서는 안된다. 어쩌면 내게 주어진 그 길을 저버리는 것이 된다. 그들의 기대에 대해서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런 생각속에 그렇게 온 몸이 추위에 떨면서도 발길을 뗄 수가 없었다. 어느샌가 겨울이라는 것이 내게 특별한 의미가 되어 버렸다. 참 쓸쓸한 계절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눈보라 치는 날만을 기다린다. 글/사진 김재중 (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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