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줏대 없는 가치관 (대학등록금 반값 시위 반대 7)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한심한 세상! 강자에게 더욱 강하고 약자에게는 아량을 베풀 수 있기를 꿈꾼다. 지금껏 그래왔듯! 12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어느 내로라하는 언론사에서 주관한 IT기술 관련 장기교육자 모집이 있었고 고등학교 시절 꿈꾸던 일을 다시금 날개를 펴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원을 하였다. 한때 지역대회 최우수를 비롯하여 전국대회에서도 과학기술고생들이 휩쓰는 프로그램경진대회에서 입상을 한 바 있는 정통한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가능성 있는 프로그래머였다. 대학이 아닌 다른 선택점을 찾아서 S그룹 공채로 채용되었고 그 꿈을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고졸공채라는 족쇄는 벗겨지질 않았다. 그래서 또 다른 길을 열어 보고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각오까지 했던 지원이었다. 원서접수 후 면접시험만으로 교육대상자를 선발하는 과정이 있었고 나는 보기 좋게 탈락되었다. 면접은 내가 근무하던 S그룹 연수원 건물의 한 교육실에서 치러졌고 한 달 정도가 지난 어느 날엔가 우연치 않게 합격자 명단 리스트를 볼 기회가 생겼다. 합격자 명단의 리스트에는 각각의 이름 옆에 학력란이 있었고 대학 / 대학원의 구분 칸이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다. 모든 합격자 명단에서 해당 칸이 비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 길로 해당 교육처로 달려가서는 물었다. 혹시라도 내가 치룬 면접과정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느냐 물었다. 이미 지난 서류이기에 아무 것도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다시 물었다. 교육생 모집에서도 학력을 차별하여 뽑느냐는 질문을 하였다. 전혀 아니라 답을 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물었다. 혹시라도 내가 그러한 학력조건에 의해서 떨어졌다면 학력조건이 지배하는 교육기관으로 받아들이고 아무 것도 배울 것 없는 교육으로 평가하여 그대로 물러나겠다 말했다. 그리고 다시 원서접수를 할 것이고 지난 면접시험에 대해서 나는 분명한 자신이 있고 이번 지원에서는 면접을 거부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에도 떨어진다면 내 면접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떨어진 것으로 알겠다고 통보했다. 차기 교육생 모집 결과 발표에서 나는 합격하였다. 정말 웃기는 줏대 없는 세상이다. 지난 면접에서는 떨어졌는데, 면접 자체를 거부한 이번 지원에서는 왜 합격을 했는가? 왜 사람들은 강하게 나갈 때에 수긍이 되고 약자로 있을 때에는 억누르는지 알 수가 없다. 훗날 다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합격된 교육과정 수강자중 고졸은 나 혼자 뿐이었다. 객관화된 테스트는 아니었지만 나는 교육초기에 줄곧 최고실력을 선보였다. 물론 나에게는 이미 어느 정도 제어된 교육목적이 있었고 별도의 사업을 준비하느라 다른 수강자들에 비해서 교육에 집중할 시간이 없어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따라잡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8시간 이상을 머물면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야간에 불과 2~3시간 억지강좌를 들어야 했던 나와의 차이점일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길이 열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고작 6개월 과정에 들어간 수강료는 대학 1년 등록금과 맞먹는 비용이었고 나는 허울좋은 대기업의 그 파란 배지를 가슴에서 영원히 떼어버려야 했다. 하지만 그런 길조차 목에 핏대 세워서 권리주장을 하기 전에는 결국 막혀 있는 벽이 있다는 것이다. 능력보다는 학력이 더 중요시되는 그런 세상이라는 것이다. 후배라고 부르기는 그렇지만 인생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와 같은 길을 걸으라 말하고 싶지는 않다. 고졸학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대졸자들과 동등한 경쟁을 벌이는 것을 뜻한다. 직장생활이나 결혼생활까지도 학력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피눈물 나는 결혼시도 과정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런 길을 똑같이 걸으라는 소리는 절대 하지 않겠다. 물론 실력이 있는 자들에게만 하는 소리이다. 그러나, 그런 길을 걷지 않고자 하기 위해서 다녀야 할 대학이라면 응당한 대가를 치름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공부 잘해서 장학금 받아 가며 공부를 하거나 그것도 되지 않는다면 학자금대출이라도 받아서 공부를 하거나 그것도 되지 않는다면 열심히 학비 벌어 주경야독으로 공부를 하거나 그것도 되지 않는다면 타고난 복을 누려 부모님에게 손 벌리면 되지 않겠는가? 실력도, 능력도, 재력도, 열정도 되지 않는다면 국가에 요구해야 되는가? 자기 자식 대학은 나와야겠는데 능력이 되지 않으면 국가에 책임을 떠넘겨야 되는가? 그렇게 피눈물 나는 고통 속에서 학력에 대한 차별적 세상과 싸우면서도 단 한 번도 국가가 내 대학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오로지 세상이 바라보는 능력의 관점을 바꾸어 내 진정한 능력을 보여주리라 맹세하며 살았다. 보여줄 것, 내세울 것, 가진 것 아무 것도 없지만 나는 내가 당당하고 멋지다 여긴다. 나 김재중은 어느 누구에게 굴하지 않는 능력과 실력과 지식까지 겸비하고 있다. 다만 세상 잣대로는 나를 판가름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다만 세상 잣대로 내가 판가름당하기 싫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대학 꼭 나와야 한다면 돈이건 시간이건 투자하고 보상받아라! 단, 고졸자에게 제발 패배당하지 말고 무시당하지 좀 말아라! 부탁이다. 나도 대학 욕심 한 번 부려볼 만한 순수대졸자 좀 만났으면 좋겠다.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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