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기서 내려요]
스물 네해의 시절인 듯 하다.
7.4제라 불리는 일찍 끝나는 회사 덕택에 박봉이지만 나는 수영을 다니고, 영어회화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수영이 끝나고 나면 약간의 허기와 함께 항상 갈증을 해결해야 했다. 영어학원 아래에 있던 편의점에 들러서 캔커피를 하나 사들고는 살짝 허기를 면하곤 했다. 그렇게 매일같이 2달 가까이 내 저녁 새참은 캔커피나 허기를 달래줄 작은 음료하나였다. 어느날 카운터 점원이 말했다.
"저 오늘 그만 두는데요!"
"............ 아............. 예........"
어줍잖은 미소와 함께 키 172에 나이는 21살의 그녀, 언제나 면바지 차림의 순박스런 옷차림을 하고, 깔끔한 단발머리에는 약간의 갈색염색을 했다. 참 예쁜 얼굴을 가진 그녀, 그녀의 저 오늘 그만 두는데요라는 말을 듣고는 그냥 빠져나오기가 미안스러웠다. 평소 같으면 밖에 나와 바람쐬며 마시던 캔커피를 편의점 안에서 마셔야 했다. 나에게 오늘 그만 둔다는 소리를 옆에서 들은 다른 손님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녀의 키와 나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예쁘다는 사실도 그 날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아니 내가 매일같이 들렀던 것을 내 작업질이라고 생각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 젊은 날의 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라고 말하고 싶으나 내 젊은 날의 사랑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내게는 사랑한다 고백한지 보름도 안된 여자가 있었다.
햇수로 6년이라는 세월을 만나면서 참 힘들게 교제를 했건만 많은 아픔만을 가지고 결국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가끔 생각난다. 그 보름의 차이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
가끔 박카스 광고를 보면 그녀 생각이 난다.
Comentár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