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버리기]
비가 오는 날 사진을 촬영하러 나갈 때면
으레 소주를 한 병씩 마시고 나간다.
괜시리 감성틱 해보려고 마시기 시작했다.
아니 맨 정신으로 버틸 용기가 나질 않았다.
이성이 강한 날에는
카메라 테크닉에 더 신경을 기울인다.
감성이 강한 날에는
카메라 설정 상태에 전혀 신경 쓰지 못한다.
이성이 강한 날에는
그저 내 기분이겠거니 무뎌진다.
감성이 강한 날에는
너무 집중한 나머지 눈물마저 흐른다.
이성이 강한 날에는
각각의 사물들에 의미를 부여한다.
감성이 강한 날에는
도대체 내가 뭘 찍고 있는지를 망각한다.
이상
술이 감성을 올려줄 거라고 착각하고는 너무 많이 마셔 버린 날의 감성이었음.
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이성이 강한 날에는 그조차 아무런 결과물이 없다는 것.
그것이 최대의 단점이다.
그냥 술 마시련다.
글/사진 김재중 (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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