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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발넘이...


어느 날 프로필 촬영을 하던 고2 배우지망생 녀석의 부츠가 마음에 들어 그 녀석을 대동하고 동대문시장을 가서는 똑같은 부츠를 장만했다. 20년 가까이 앓아온 관절염 때문에 아무 신발이나 신지 못한다. 신발의 무게가 너무 무겁거나, 신발의 굽이 너무 딱딱하거나, 신발의 굽이 너무 낮아서 충격흡수가 덜되거나, 무릎이 긴장되거나, 신발이 헐러덕거려 무릎아래 하퇴부가 대퇴부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거나, 기타 등등 나에게 신발은 때로 카메라보다 중요한 존재이다. 그리하여 그 녀석이 신던 신발이 가볍고 저렴하고 편하고 적당한 굽높이까지 가지고 있던 그 신발을 1년 넘도록 내내 신고 다녔다. 또한 나는 사진촬영 때에 절대로 청바지를 입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절대로 내 피사체에 대한 예의를 저버리지 않는 철칙이 있다. 혼자 길거리에서 촬영하더라도 최대한 청바지와 같은 흔한 의상을 피한다. 그리하여 촬영시의 내 의상과 맞추어 신발도 중요하다. 운동화도 때로는 편하지 않다. 불편한 구두를 피하기 위해서 청바지 대신 선택한 의상이 스키니 바지이다. 나이 40이 다 되어서 입기 시작한 스키니 바지에 맞는 신발이 필요하다. 그렇게 그렇게 신던 신발이 걸레가 되어가고 있다. 너무 저렴한 신발이었던지 구멍이 송송 뚫리고 밑창은 떨어져 나가 본드 칠로 자가수선을 몇 차례나 해가며 신었다.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새로운 신발이 필요하다. 내게 적당한 동대문표 수제화를 찾아내서는 폼 나는 부츠를 샀으나 비가 오는 날에 신고 다닌 죄로 인해 햇살 좋은 날에 밖에 널었더니 건물주인이 버렸단다. (내가 보기에는 어디다 팔아먹었던지 누굴 줬던지 그런 것 같다. 썩을!) 그리고는 동일한 수제화 공장에서 생산하는 약간 업그레이드 된 거의 동일한 디자인을 신고 다닌다. 그런데 모든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오랜 시간 사진촬영을 하기에는 부적절한 신발이다. 폼 나게 신는 것 이상의 더 실용적인 신발이 필요했다. 오늘 동대문에 나가 적당한 부츠를 골라 스폰지 밑창과 적당한 굽높이와 사이즈를 주문했다. 다시는 밖에 내놓지 않으리라. 썩을 건물주 영감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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