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 번 본적 없는 그대에게 고함]
나 본디 그대에게 마음이 가고 있었는지는 모르오.
나 이제 그대에게 마음을 주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오.
다만 그대에게 이미 마음이 가버렸다는 것만 알고 있소.
잠들며 잠깨며, 그 끝단의 사이를 메우는 시간 속에서,
그리고 지금 이렇게 눈을 뜨고 있는 시공간 속에서,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그대 생각이 쉬지를 않고 있소.
시상적이기보다는 시각적인 감성이 우선인 나에게는
늘 생각 속에서 이미지를 떠올린다오.
그런데 그대의 모습에는 눈빛이 보이질 않소.
지금 나는 한 여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오.
지금 나는 한 몸을 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오.
그런데 눈빛 없는 그대 모습에 한 여자 몸의 형상만 기억되고 있소.
열일곱 시절 눈빛 한 번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가슴 설레이며,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던 그 시절의 느낌이었으면 하련만,
눈빛 없는 그대 육신의 모습과 숨소리만 그려지고 있소.
이 가슴에 그려놓은 그림 위에 화룡정점을 찍어주시오.
그대 그림에 눈동자가 그려져 저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해도 좋소.
그렇게라도 살아서 내 가슴 속에서 꿈틀거렸으면 좋겠소.
그대 눈빛 한 번만 보여주시오.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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