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아홉 걸음]
쉰 아홉 걸음이다.
예순 걸음이 채 되지 않는다.
쉰 아홉 걸음이면 찾아갈 수 있는 작은 공원이 내게는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가서 비에 젖에 머리빠질 걱정 없이
우산 없이도 내리는 비를 맞고 들어와도 채 다 젖지 못한다.
쓸쓸한 날이면 찾아가 새벽 찬바람에 잠시 머리 식히고 오려해도
아직 머릿속에 있던 생각이 고스란히 기억되는 거리이다.
홀로이 외로운 새벽에는 소주 한 병 사들고는 가부좌를 틀고앉아
담배 한 대 꼬나물고는 새우깡 한 봉지와 함께 하던 소중한 공간이다.
이제 걸음마를 뗀 아이들의 웃음 소리도 좋고
사각거리며 밟히는 바싹 마른 낙엽소리도 좋고
이는 바람에 바스락거리며 뒹구는 낙엽의 꿈틀거림도 좋은 날이다.
쉰 아홉 걸음의 수고만 있으면 내 감성의 위안처를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담배를 사러 갈때도 소주를 사러 갈때도 그 옆으로만 스쳐지나는 날이 더 많다.
그냥 쉰 아홉 걸음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존재이기에.
엄동설한도 불사하고 뛰어드는 바다는 저 멀리에 있다.
바닷가에 살면서도 바다에 한 번 들어가보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까운 것은 가까운 것일 뿐이다.
멀리 있어봐야 안다.
지나 버린 사랑처럼......
글/사진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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