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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싫다..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거리 응원을 나갔다. 사람많은거 질색이다. 어느곳을 가더라도 사람 많은 곳을 굉장히 싫어한다. 남들이 뭐라하든 상관없다. 그저 사람 많은 곳이 싫다. 오늘만은 인파속에 파묻히고 싶었다. 카메라도 버린채로.. 그냥 그렇게.. 대한민국..... 대~한민국~~~~ 남들이 부르짖을때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첫 골을 넣던 바로 그 순간에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중에 가장먼저 골의 결정을 느끼고 두 팔을 들었던 나였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첫 골이 들어가고 나서 이어지는 거리의 뜨거운 응원과 흥분의 도가니를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촌놈이었다. 3:1이 되는 순간.. 거리의 인파들이 술렁거리며. 아니 술렁거릴 틈도 없이..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의 응원은 목구멍이 찢어져라 시작되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동요되어 다시 대한민국을 외치지만 역부족이다. 터무니없는 점수로 지고 있을때 나의 외쳐대는 목소리에 동요되는 사람들.. 경기가 끝나고 그들과 나는 악수를 나누었다. 진정 우리 같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인이고 챔피언이라고.. 20대 초반들과 악수를 나누던 나는 이미 한물 가버린 30대 후반의 머리숱 없는 아저씨일뿐이었다. 경기가 4:1로 져버리고.. 거리는 난장판이 된채로... 모두들 자리를 떠났다. 나와 같이 자리에 있던 친구는 제일 마지막에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한가해질 무렵에 대로를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우리는 또라이니깐.. 그러다 생전 처음으로 간 거리응원의 뒷자리를 보았다. 쓰레기 천지의 그 길거리를.. 처음 시작부터.. 소주와 맥주 그리고 폭탄주를 까만 비닐 봉다리에 감싸고 마시면서 술에 개 떡이 되어 버린 나와 내 친구의 모습과는 달리 열정적으로 응원을 하던 사람들.. 대한민국이 첫골을 넣던 순간 세상이 떠날듯 대한민국을 외쳐대던 그 수많은 인파들의 뜨거움과는 전혀 달리 계속 술을 쳐마시며 오히려 사회속의 개망나니 같던 나와 내 친구는 쓰레기를 주으며 돌아다녔고.. 수백장의 쓰레기 봉투를 들고서는 대한민국을 외치기 시작했다. 비록 내가 술에 떡이 되었을지언정.. 대한민국을 외칠 자격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내생에 처음으로 나가본 거리응원이었다. 이길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어찌 감히 아르헨티나를 이길 것인가? 그러나.. 목이 터져라 외쳐대던 사람들은 이미 승패가 결정되던 순간부터 자리를 뜨기 시작했고.. 대한민국을 버리기 시작했다. "냄비근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런 거리응원에 나가기 전에는 냄비근성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싫어했다. 그러나 분명 대한민국은 냄비들이었다. 내 눈으로 목격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대한민국이 지고 있을때 응원을 해야 진정한 응원이 아니던가? 대한민국이 이기고 있을때 하는 응원은 그저 즐기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지고 나서 자리를 일어설때 깨끗하게 일어나야만 대한민국을 외치던 대한민국의 대한민국인이 아니던가? 남의 차 위에 올라가서 망가트려 가며 외치던 대한민국인의 열정과 그 뜨거움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남의 관람을 막아서며 자리를 차지하며 뜨겁게 응원하던 그 열정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주최측에서 나누어주던 쓰레기 봉투 100여장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외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처음에는 미친새끼로 보더라... 시간이 흐르고나서야 쓰레기 봉투를 들고서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나를 보고는 사람들이 "봉투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 낭랑한 목소리.. 천사의 소리같이 들렸다. 한 두명씩 봉투로 뻗어오는 손길들... 다소 수줍어하는 눈빛과 표정.. 군중속을 빠져 나가고 있던 인파들의 손길이 나의 대한민국의 외침속에 동요되어 간다. 참 많은 스토리들이 있지만 나의 잘난척이 되는것 같아서 말하기는 좀 그렇다. 뭐 이미 충분히 잘난 척을 다 하고는 있다만... 결국 2%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상황을 바라보았다. 30분 이상 쓰레기를 치우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어느 누구하나 연인과 같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있었다면 미안하다.. 개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이니) 나이를 불문하고.. 어느 하나 연인이나 부부는 없었다. 모두가 외로운 사람들.. 20대 초반의 어린 아이들.... 물론 나의 기준에서의 어린 아이들이다. 40대를 넘긴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모두다 외로운 사람들이다. 최소한 친구들과 같이 왔을 뿐이지. 연인들과 같이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자고 하던 친구와의 귀가행로 그 길목속에서도 사람들의 쓰레기 치우는 행렬에 처음의 내 외침때문에 쉽게 떠나지 못하면서 어떤 누군가의 오바이트까지 치우던 나와 그 사람들의 손길.... 비록 술에 떡이되어버린 나의 손길... 그러나 그 어느곳에서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다 외로운 사람들 뿐이었다. 나처럼..... 나처럼... 그냥 지나치던 사람들을 100여명 이상 동요시키면서 쓰레기를 줍게 만들었던 나였다.. 그러나.. 아니.. 그나마.. 나의 외침에 동요된 사람들은 모두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이었다. 대한민국의 2%! 대한민국의 2%가 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런데 그 2%는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란 말인가? 왜 행복할때는 그 2%에 속하지 못한단 말인가? 생전 처음 나가본 거리응원에서야 비로소 대한민국의 2%가 될 수 있었다. 나의 외로움 속에서야 비로소... 글/사진 김재중 (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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