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던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차를 멈춰 세우고는 이름도 모를 짓이겨진 짐승의 시체를 사진에 넣었다. 발걸음을 돌려 트렁크에 카메라를 처넣었다. 그리고는 차에 올라타려 손잡이를 잡는 순간 내달리던 화물차의 와류에 실려 내 머리 위 중절모가 벗겨져 날아갔다. 둥그런 챙이 구른다. 하염없이 구른다. 도로의 안쪽도 바깥쪽도 아닌 차선 위를 그렇게 하염없이 구른다. 무게중심이 무너져 넘어지려하면 다시금 또 다른 차들이 달려 와류를 만들어 낸다. 하염없이 구른다. 나도 따라 하염없이 달린다. 넘어질 듯한 팽이에 채를 휘두르듯 차들은 달리고 다시 무게중심을 잡은 팽이가 돌듯 하염없이 구른다. 그저 웃음만이 내 수염 난 입가에 하염없이 구른다. 동트기 전 아스팔트의 차가움 위에서 내 까만 중절모가 차선 따라 하염없이 구른다. 차선을 그려낸 롤러붓의 추억이라도 다시 그려내듯 궤적 따라 하염없이 구른다. 하염없이 구른다. 그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을 것처럼 머릿속이 백지 같아진다. 바보가 되어가는 뉴런의 떼거지들이 달려가 잡으라며 내 중추신경을 자극한다. 갈색 영화속 카우보이처럼 더 이상 나온 배를 찾을 수 없는 까만 라이더 가죽점퍼와 내 심벌 같은 늘씬하게 빠진 다리를 감싼 까만 스키니 바지에 요란한 웨스턴 앵클부츠를 신고는 멋들어지게 낚아챈다. 내 손에 잡힌 까만 중절모를 수염 길러 올빽으로 넘긴 머리위에 살포시 고개를 숙여 멋들어지게 올려놓는다. 마주 달려오는 차들에게 영화라도 한 편 보여주듯이...... 짓이겨진 짐승의 시체가 놓인 길을 달려오는 차들을 흘러 보내며 고속도로의 차가운 콘크리트 갓길을 거슬러오며 좀 전과 다른 영화의 스크린이 좌우가 바뀌어버린 내달려온 길의 그 아득함 속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어느새 시작되었는지 어느새 끝이 났는지 모를 신음 같은 괴성이 달리는 차들 속에 아스팔트 속에 스며들었다.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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