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했다. 봄비가 내린다 했다. 다 같이 입을 모아 오늘은 비를 맞지 말라 했다. 자정을 넘겨 공원의 가로등 밑에 앉아 책 한 권 손에 들고는 비를 기다렸다. 황사먼지 잔뜩 머금은 비를 기다렸다. 일본원전 폭파로 인해 방사성물질 섞인 비를 기다렸다. 구정물 섞인 이슬비만이 내 똥차를 뒤덮는다. 침대에 누워서는 비를 기다린다는 끄적거리는 소리속으로 빗소리가 들려 애꿎은 창문만을 여닫는다. 환청이다. 또 빗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창문을 열어볼까 고민중이다. 정말 비가 온다면 네 개의 눈금이나 지나버린 시계바늘을 무시한 채 카메라를 둘러메고 길을 나서야 하는가는 더 고민되는 일이다. 이제 곧 거리의 가로등도 꺼질 시간이고 애써 잠들려 발가벗고 누웠지 않은가? 이놈의 환청 그 사이를 못 참고 또 다시 애꿎은 창문을 여닫는다. 이제 그만 비가 오거든 자장가 삼아 잠들련다. 내게 머리 빠진다고 오늘만은 사진 찍지말라했던 인간들은 내일이면 못내 아쉬워할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 아니 비가 오는 밤에 사진 찍고 있을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 덕에 나는 더욱 그런 사진을 찍고 있다.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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