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깨복쟁이 친구와 술 한 잔을 했다. 불알 두 쪽에 고추 달랑거리며 도랑에서 헤엄치며 놀던 불알친구가 말했다. 내가 알던 재중이는 모범생이었는데 지금 앞에 있는 재중이는 모험생이라고. 참 재미있는 표현이었다.
그 날 밤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눈길에 미끌어 넘어져가며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를 누볐다.
그런데 1주일이 넘도록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돈다.
과연 나는 모범생이었는지를......
꼭 모범생은 아니더라도 우등생에, 친구들이 되고픈 역할모델이었던 것은 같다. 지금의 내가 모험생이라? 꼭 내 삶의 모습이 위태스럽거나 지금 내 삶의 형태적인 것이 이상해서만은 아니리라. 이혼후에 모든 알던 이들로부터 스스로 고립되어가는 내가 걱정이 되었으리라.
이혼 후에 나는 이혼남이라는 것이 부끄럽기만 했다. 죽을 죄라도 지은 죄수마냥 그렇게 부끄러웠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전화위복으로 삼았다. 죽을 죄를 짓지 않았기에 당당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혼남이라는 사실을 떠벌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세상이 당당해졌다. 좀 남과 다른 모습이면 어떠랴? 좀 남과 다른 말을 하면 어떠랴? 내 근본만 지킬 수 있다면 모험생으로 살고 싶다.
솔직하게 살고 솔직하게 표현하자! 나는 모험생이다!
글 김재중 사진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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