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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더 나 같은 여자

내가 말하기 전에 그녀가 말하기 전에 먼저 말해버리는 것 "오지랖이 넓다"라는 표현이 좋은 말이 아니며 맞춤법과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바로 그 순간에 참 많은 부분이 같을 것이라고 생각 하는 것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랑에 빠져버린 것 서로에게 끌리면 끌리는 대로 고백해 버리는 것 내 미간에 흉터가 있는 것처럼 그녀의 미간에도 흉터가 있는 것 감자탕의 뼈다귀를 쪽쪽 빨아먹는 것 닭갈비의 누룽지를 박박 긁어줘야 진짜 먹은 것 같은 것 좋아하는 편의점 인스턴트 커피가 똑같은 것 그 커피가 혹시 다른 맛일까 싶어 두 종류를 들고는 뒷춤에 숨기고 오른쪽 왼쪽 하길래 왼쪽이라 했더니 바로 그 커피가 둘 다 좋아하는 것 얘기한 적 없는 서로의 과거마저도 이미 예상했던 것 원두커피를 병에 담다가 흘린 원두 알을 집어 들고는 동시에 입으로 가져가는 것 같이 먹는 사람들은 감당 못하고 서로 머리에 땀방울 송송 솟아날 만큼 매운음식을 같이 좋아하는 것 같은 파랑색을 좋아하는 것 한참을 침묵으로 있다가 말을 내뱉었는데 동시에 같은 말을 하는 것 통닭의 물렁뼈까지 싹싹 발라 먹는게 같은 것 족발뼈다귀 뜯는 것이 족발의 참 묘미라는 걸 아는 것 뜨거운 걸 먹지 못해서 라면 살짝 덜 익혀서는 식혀서 먹는 것 사랑에 목말라 죽으나 사랑에 굶주려 죽느니 감당조차 할 수 없는 사랑에 치어 즉사하고 싶다라는 글을 썼다면서 지금 우리 사랑이 그렇다고 말하다가 둘 다 동시에 생각했던 것이 "복상사"라는 단어였다는 것 38년 34년의 세월을 전혀 다르게 살았는데 너무 같은 서로를 발견하면서 소름이 돋는 것 서로 똥 얘기 서슴없이 하기를 좋아하는 것 전화기를 손에 쥐고 전화를 걸려 했는데 전화벨이 울리는 것 막 키스하려고 했는데 먼저 키스해 오는 것 내 기분이 꿀꿀한데 그 사람도 기분이 꿀꿀한 상태인 것 누군가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문자메세지를 보내면서 내번호를 대신해서 그 번호를 입력해주면 곧장 통화버튼만 누르면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는 배려까지 똑같은 것. 4종류나 되는 선키스트 에이드 중에 자몽에이드를 좋아하는 것 술자리 친구의 모습을 한참을 보고는 고개돌려 "귀엽다"라고 동시에 말하는 것 족발에 소주 한 잔을 걸치다가 콩나물국물을 더달라해서는 앞서 먹던 콩나물국물을 새로나온 국물에 붓고있다가 옆을 봤는데 나와 똑같이 콩나물국물 국그릇을 재껴 붓고 있는 그녀와 내가 동시에 바라보는 것. 이슬비 내리는 길거리 지나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비친 이슬비를 바라보다가 "난 저런게 좋아"했더니 그녀도 보고 있던 것이 같았던 것 나보다 더 나 같은 여자 이 모든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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