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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잠바 vs. 가죽케이스

엊그제 촬영다녀오는 길에 부츠가 다 헐어서 새로 사기 위해서 동대문에 들렀다. 무릎이 좋지 않아 왠만한 신발은 못신어 다른건 다 인터넷에서 사더라도 신발만은 반드시 신어보고 사야한다. 어지간한 운동화조차도 무게가 있는 운동화는 신질 못한다. 바닥 쿠션도 충분히 완충작용을 해야한다. 워낙 편했던 운동화보다 가벼운 부츠를 신고다니느라 운동화삼아 신고 다녀서 완전히 헐었다. 그렇게 동대문 남성복 매장을 올랐는데 평소에 사고 싶었던 가죽점퍼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리바이스 할인매장에서 50%할인가가 40만원이 넘었던 디자인보다 더 세련되었다. 가죽접퍼가 고작 147,000원. 가죽이던 레자이던 비닐이던 상관없다. 스타일만 나오면 된다. 항상 저렴한 가격에 스타일 있는 옷만 입다가 갑자기 10만원대가 넘어가는 옷을 입으려니 선택이 쉽지 않다. 항상 사람들에게 돈 없다고 하면 옷은 비싼옷 잘 챙겨입고 다니면서 돈없다고 투덜거린다 뭐라한다. 그럴때면 항상 내가 입고 있는 옷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격을 얘기해주면 다들 놀란다. 분명 100만원은 넘을것 같은 옷가지들이 신발에 빤쓰까지 다 합해봐야 10만원이 안 넘기 때문이다. 그래도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김재중 한 번 이 정도 입어줘야해. 이거 한 번 사면 5년은 입겠다. 폼나게. 너 사진작가잖아! 사진작가스럽게 입어줘야지! 그렇게 스스로를 자위했다. 그에 걸맞는 화려한 스키니바지도 셋트로 맞춰줬다. 147,000원짜리 가죽점퍼를 입고 교회를 갔다.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한다. 점점 세련되어 진다. 외국사람인줄 알았다. 교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전에 일하던 직원에게 빌려준 장비하나 챙기러 들렀다. "형 어디 다녀오시길래 복장이 그래요?" "어. 교회!" "그렇죠? 교회는 그 정도 입고 가줘야죠?" 요즘 아트센터 전속으로 공연촬영중이다. 본 공연보다는 리허설 촬영을 더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그게 나에게 맞는다. 제약받는 본 공연 촬영에서 제약된 앵글 정말 짜증난다. 그런데 내 카메라의 셔터음을 지적받았다. 내 직접 담당자도 아닌 하우스메니져도 아닌 하우스 직원으로부터 촬영 제약을 받았다. 어떠한 이해의 말도 없이 그저 손으로 가위자를 그리면서 찍지 못하게 했다. 1D(s) Mark III(IV)에는 사일런스 기능이라는 것이 있다. 셔터작동 시간과 미러업 시간을 개별적으로 분리하고 미러의 다운속도를 최소화 시켜 셔터음을 죽여주는 기능이다. 왠만한 카메라에는 없는 기능이다. 그럼에도 제지를 당했다. 공연이 조금 더 무르익고 박자감 있는 음악이 흐를때에 다시 시도를 했다. 이번에는 직접와서 한다는 소리가 "찍지 말라니깐요" 더 이상의 어떠한 말도 없다. 그렇게 두 번이나 제지를 받으면서 찍은 촬영컷수 불과 5컷. 물론 나는 돈 받는 만큼과 계약만큼의 컷수만 만들어내면 되지만 내 성격상 맞질 않는다. 뭐가 되었든 일단 내가 찍는 사진은 내가 찍은 사진다워야 한다. 며칠 뒤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공연 촬영은 좀 참자는 것이다. 작가님이 찍어주시는 리허설 촬영만으로도 훌륭하다고. 기분이 상했다. 얼마어치의 촬영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최소한 나를 불러다 쓸거면 나답게 써줬으면 한다. 자꾸만 하우스 직원의 눈빛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인터넷을 뒤졌다. 방음케이스. 내가 다른 공연장에서 보았던 전속촬영자들이 쓰던 케이스 15,000원 150,000원도 아닌 15,000원 캐논에서 기종에 맞춰 나오는 방음방한케이스 하위기종은 생산되지도 않는다. 내 카메라 모델에만 적용되는 케이스이다. 파는 곳 마저 캐논매장에서는 팔지도 않는다. 아무리 가격비교를 하려해도 단 한 곳 밖에 팔지 않는다. 455,000원 금이 간 내 자존심과 고작 카메라 둘러싸자고 들여야 하는 돈의 가치를 생각했다. 그냥 질렀다. 물건이 왔다. 147,000원짜리 가죽잠바를 입고 있었다. 팔 한 쪽만큼의 가죽도 들어가지 않은 가죽케이스에 갑자기 추워졌다. 온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눈비 다 맞히면서 그렇게 내 쓸쓸함과 함께 했던 내 소중한 카메라의 사일런스 기능도 있는 카메라의 셔터음 하나로 팔 한 쪽의 가죽도 들어가지 않은 케이스를 그 돈을 들여야 했다는게 서러웠던지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시험테스트를 해보았다. 사일런스 기능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사일런스 기능과 같이 쓸 경우에 그나마 효과가 있는듯 하다. 열이 받았다. 일반 공연촬영자들이 쓰고 있는 15,000원짜리 케이스 하나 더 질러버렸다. 두겹을 씌워서라도 내 금이 간 자존심을 회복해야한다. 그리고 다시 나다운 사진을 찍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또 오기가 발동한다.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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