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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노래


가을이 다가옴을 느끼기에는 그저 시린 무르팍을 감싸는 차가운 밤공기와 블가리 향수를 뚫고 나오는 왠지 모를 고독의 냄새뿐 그렇게 나의 가을은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밤이던가? 적막과 암흑뿐이던 내 사각의 공간에 서러움이 찾아들었다. 어느 구멍으로 비집고 들어왔는지 다시는 나갈 구멍을 찾지 못하는 가을 풀벌레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찾아들었다. 내 가슴 어느 구멍으로 비집고 들어왔는지 다시는 나갈 구멍을 찾지 못하는 듯한 내 사랑의 서러운 몸부림처럼 그렇게 찾아들었다. 식기세척기 뒤인지, 드럼세탁기 뒤인지 알 듯 모를 듯한 작은 틈새에서 어쩜 그리도 높게 울어 대는지 귀청이 아프리만치 서럽게 그리고 홀로이 울어 주는 그 녀석으로 인해 나의 가을밤은 외롭지만은 않다. 단조의 첼로소리도 아닌 것이 어느 슬픈 오페라의 아리아도 아닌 것으로 인해 결코 외롭지만은 않건만 나의 가을밤과 낮에 쓸쓸함의 이슬비를 적셔 놓았다. 그렇게 사흘 밤낮으로 울어 대던 녀석의 서러운 신음소리가 잦아든다. 잦아듦이 잦아듦 그 본연의 의미가 아니라 늘상에서 잦아듦이 되는 의미를 가지며 그렇게 잦아든다. 그렇게 울다 지쳐 냉장고 틈새인지, 전자레인지 틈새인지 또 모를 틈새에서 누구도 들어주지 않을 것처럼 울다 지친 가슴마냥 그렇게 목청 높던 서러움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목이 쉬어 갔다. 그렇게 내 공간을 가득 메우던 울음으로 그렇게 울다 지쳐 서글픔에 지쳐 너의 그 서럽던 울음소리는 끝이 나겠지 비워 내고, 쓸어 내고, 닦아 낸 내 가슴속 빈자리에 들어와서는 오래된 물건 놓인 자국, 빗질 자국, 걸레질 자국이 선연한 내 가슴속에서 서럽게 울어 대던 내 사랑처럼 서럽게 울어 대던 너의 노랫소리가 이제는 곧 사라지고 어느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주검으로 남아지겠지! 그리고는 이 공간을 떠나는 어느 날에 너의 그 주검은 식기세척기 뒤에서든, 드럼세탁기 뒤에서든, 냉장고 틈새에서든, 전자레인지 틈새에서든 차갑다 못해 엉킨 먼지 속에서 뒤엉킨 머리칼처럼 말라붙은 모습을 드러내겠지! 그 날에 나는 너를 기억할 수 있을지, 그 날에 나는 너를 발견할 수 있을지, 그 날에 너는 어느 인부의 발에 밟힐지 장담할 수 없구나! 서른여덟 해 가을밤 서럽던 내 친구야! 비록 너로 인해 외롭지는 않았다만 결국 너로 인해 더욱 쓸쓸했던 가을밤 친구야! 그 숱한 사랑의 약속들처럼 그 숱한 이별의 이야기들처럼 잊혀져 갈 친구야! 풀벌레 하나로 써내려간 이 글에 감사를 해야 하는 건지 맺혀지지 못한 인연 하나로 쓰여진 이 글에 서글퍼 해야 하는 건지 어떤 감정을 가져야 너에게 덜 미안할지 알 수가 없구나! 그렇다고 내 가슴에 빗질 자욱, 걸레질 자욱이 지워질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을 햇살이 따갑구나! 오늘밤에도 너의 울음을 들을 수 있을까? 서글프고 쓸쓸하더라도 너의 울음소리를 들려주렴. 서글프고 쓸쓸하더라도 나의 술잔 따르는 소리를 들려주마. 친구야! 이 밤 나의 술잔 따르는 소리만 남았구나! 안녕!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 http://facebook.com/zzi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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