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 Kim, JaeJung

이런 친구

술에 취해서는 노래방에 혼자 들어가
 
내게 전화를 해서는 아무 말도 없이
 
항상 같이 부르던 노래 한 곡조 불러주는 친구

일명 목잡이라 스스로 일컬으며 노래가 직업이던 친구가
 
열심히 클래식 기타를 연습해서는
 
결코 쉽지 않은 곡을 가지고는
 
휴대폰 저 너머에서 길고 긴 연주를 하며
 
힘겹게 기타줄 튕겨주는 친구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에
 
촬영현장으로 달려와서는 중간 대기시간 죽이기를 같이 하며
 
꿈에서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내용으로 어릿광대 너스레를 떨어주며
 
저녁 6시에 먹는 첫 끼니로 같이 밥 먹어주는
 
자기도 이별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 친구

볼 것 없고, 편할 것도 없는
 
옥탑방 자기 공간에 데려가서는
 
박스에 수건 한 장 올려 담뱃재 수복히 쌓인 테이블에 앉아
 
달랑 맥주 2잔에 홍시감이 된 얼굴로 남자 둘이서 4시간이 넘는 대화를 떠들어주며
 
외로움 달래주는 외로운 친구


 
사람들은 이런 친구들을 보고
 
"꼴값"떤다고 말한다.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