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 Kim, JaeJung

이런 기도

저는 당신의 휠체어를 보면 가슴이 뿌듯합니다.
 
제것도 아닌데
 
제가 사준 것도 아닌데
 
당신의 휠체어를 보면 가슴이 뿌듯합니다.
 
당신의 발이 되어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바퀴달린 의자를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당신의 그 휠체어가 짐이 되는 순간 마음이 무겁습니다.
 
"짱콜"이라고 부르는 장애인 콜이 아니면 그냥 휠체어 버리고
 
일반 택시를 타고 힘겨운 걸음을 걷는게 더 편할때가 있다는 사실
 
그 멀고먼 환승경로를 돌고 돌아 지하철을 타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
 
휠체어를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해 문 밖에 세워놓는 것도 허락받고 세워야 한다는 사실
 
내게 찾아온 친구의 휠체어가 멋드러지게 서 있는데
 
건물주가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우라는 말에
 
사시나무 떨듯 울분에 찬 내 목소리와 달리
 
이미 당연한 일인양 그렇게 자포자기하는 당신들.
 
요즘 이런 기도를 합니다.
 
"하나님 그 인간에게 꼭 휠체어에 앉는 신세를 겪게 해 주세요"
 
제가 옹졸하고 포악스러운 기도를 하는 건가요?
 
아니면 그 작은 배려조차 용납하지 않는 그 인간이 못된건가요?
 
그래도 당분간 제 기도는 계속 될 것입니다.
 
저는 지옥불에 떨어져도 상관 없는 놈입니다.
 
그런데 엊그제 아침에도 성경책 들고 교회 다녀온
 
그 인간은 꼭 지옥 갔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재중

http://zzixa.photo

한국밀알선교단 장애인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