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 Kim, JaeJung

불신의 늪

나는 오늘 한 사람을 발견했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내 친구 중 누군가가 그의 글과 사진을 공유했다.
 
나의 친구추가 조건은 내게 "좋아요"를 해준 사람은 그 누구도 상관없이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친구추가가 들어간다.
 
내게 관심을 보여준 그 누구건 감사한다.
 
그러나 지금 이 사람을 내 친구로 추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게 관심을 보여준 이가 아니다.
 
또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글과 사진들이 매혹적이다.
 
친구추가를 하기로 결심했다.
 
한참을 잡아 내리던 스크롤 바를 처음으로 들어올렸다.
 
이미 나와 친구였다.
 
한참을 들여다 본 이유는 단 하나이다.
 
이 사진들이, 이 글들이 그 자신의 글과 사진인가?
 
이게 사람들을 둘러보는 내 첫 조건문이 되는 것이다.
 
IF VALUE=TRUE THAN EXCELLENT
 
IF VALUE=FALSE THAN NORMAL
 
이러한 등식이 성립이 된다.
 
거짓이건만 평범해진 세상!
 
왜 그 사람의 글과 사진이 맞을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세상인지 모르겠다.
 
사진과 글에 내 글이오! 내 사진이오! 라고 표기하기 전에는 도무지 믿음직스럽지 못한 세상이 되었다.
 
물론 내 페친들의 담벼락을 등한시한 결과이기도 하다.
 
여지껏 특별한 관심으로 보지 않다가 이제서야 발견한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가끔은 이런 사람들이 더 좋다.
 
내 글 아니오! 내 사진 아니오! 라며 당당하게 올리는 사람들이 더 좋다.
 
어! 이거 어디서 봤는데?
 
어! 이건 보통 사람 수준이 아닌데?
 
어! 이 정도는 저작권표기가 분명 있을법한 사진인데?
 
따위의 의심투성이인 세상이 싫다.
 
그냥 삶이면 될 것을.
 
남의 삶을 베껴 쓰는 거짓 삶들이 너무 많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내 사진은 남들이 가져다가 난도질 하는 것이 싫었기에 서명을 넣었다.
 
내 사진은 남들이 가져다가 자기가 찍은 사진인양 쓰는 것이 싫어 서명을 넣었다.
 
그렇게 내 이름을 넣는 행위만으로 나는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다 내 글은 어디서 베껴온 글로 치부해서 내 이름을 넣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사진보다 더 많은 글자들을 나열한다.
 
오늘날 시인들이 굶어 죽고,
 
오늘날 예술가들이 굶어 죽는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베껴다 놓으면 누구나 시인이고 사진작가가 되어 보이기에.
 
글/사진 김재중